프로젝트 묘미 <우리집에 왜 왔니?>

친절한 린지씨 아카이빙

일시: 2024. 08. 18 15:00 3회차 종료 후

진행: 인디스트 이온, 해바

참여예술가: 소우현, 신유정, 최신애, 조민권

먼저 예술가분들께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안녕하세요, 프로젝트 묘미 공동구성이자 퍼포머를 맡게 된 소우현입니다.

저도 공동구성이자 퍼포머를 맡게 된 조민권입니다

저도 공동구성이자 퍼포머를 맡게 된 최신애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공동구성과 퍼포머로 참여한 신유정입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친절한 린지씨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벌써부터 오픈 채팅방에 질문을 남겨주셨는데요, 작품 속에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어떤 점이 있을지 궁금하다고 남겨주셨습니다.

소우현: 공간 자체가 협소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관객이 가까이에서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가깝게 만날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물론 있었지만 그것보다도 어떻게 해야 관객이 원활하게 이 세 작품을 관람할 수 있을지 이동 동선이라든지 실질적이고 기술적인 고민들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조민권: 기존에 해오던 연극 형태가 아니라 낯설고 불친절하다고 볼 수 있는 요소가 있는 연극이다 보니까 그래서 관객과의 소통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신지를 여쭤본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사실 연극을 하는 사람은 아니고 현대미술을 전공하는 사람인데 연극을 하고 있는 우현 님의 초대로 연극에서 퍼포먼스를 구성하게 됐고, 저를 초대하시게 된 데에는 뭔가 실험적이고 다른 형태의 연극을 하고 싶다는 점이 기저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 안에서의 직접적인 소통과 친절함으로 전달되는 이야기 소통 방식이라기보다는 감각으로서의 소통, 실험으로서의 소통이랄까요. 신선한 감각을 주고 싶었던 게 컸고 저희가 신경 썼던 소통에는 감각적이고 낯섦의 소통이 있었습니다.

최신애: 저는 전체적인 건 다들 잘 말씀해 주셔서 제가 준비했던 3부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면 제가 한국무용을 전공하고 있는데 관객분들이 무용수라는 사람을 많이 접하지는 못하시더라고요. 제가 경험했던 많은 사람들 중에 무용하는 사람은 어떤 이미지이고 어떤 인생을 살아가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신 분들이 많아서 관객분들도 궁금해하시지 않을까에서 스타트를 했고요. 그래서 저라는 사람을 표현하기도 했지만 무용을 하는 사람은, 움직이는 사람은 집에서 보통 어떤 식으로 하는지, 창작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에 초점을 맞추었어요.

신유정: 저 같은 경우는 소통에 대해서 얘기를 하자면 소통을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저희가. <우리 집에 왜 왔니?>부터가 물음표고 어떠한 메시지나 정답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기보다는 관객들이 어떤 것을 느끼고 감각하는지, 우리 집에 무엇을 기대하셨는지를 묻고자 했어요.

그렇다면 예술가분들께서는 집을 어떤 의미로 해석하셨나요?

신유정: 저는 제가 대놓고 우리 집은 이래요, 제가 생각하는 집은 이래요. 이렇게보다는 여러 가지 페르소나를 이용했던 것 같아요. 2부에 가면이 등장하기도 했고 저도 집의 주인으로 등장하기보다는 대리자, 도비로서 등장하고요. 저는 집이라고 해서 하나의 틀을 정하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여러 가지 것들을 이용하면서 집이라는 게 완전한 안정감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조금 혼동되고 좀 더 나아가려는 과정 속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소우현: 저한테 집은 저만의 벙커이자 아까 유정님과 비슷한 맥락으로 계속 나아가고 싶은 공간이 가끔 될 때도 있고 안정감을 느끼는 곳이자 더럽고 추하고 남한테 들키기 싫은 더러운 무언가를 끊임없이 생산해 내는 곳, 멈춰진 공간이 아니라 복잡한 맥락이 있는 살아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맥락 속에 흐르는 공간.

조민권: 저는 집이라는 주제를 받았을 때 제가 사는 공간으로서의 집을 생각하지 않았고 내가 작업을 하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고 세계관이 되는 감각들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감각들이 뭉쳐져 있는 곳이 나에게 집 같은 세계고. 집이라는 공간을 (리플렛 속) 글이 잘 설명해 준 것 같은데 세계로서의 공간, 내가 추구하는 예술관으로서의 공간으로 집을 받아들였습니다.

최신애: 제가 생각했던 집은 우현 씨께서 말씀해 주셨던 것처럼 일상을 보여주는 거랑 똑같다고 생각했어요. 일상을 볼 수 있는 건 친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서 차라리 관객들이 나의 친한 사람이 돼서 집들이에 온 것처럼, 집들이에 와서 친구처럼 노는데 내가 어떻게 사는지를 보여주는 것처럼 표현해 보려고 노력을 했어요. 그래서 일부지만 저라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쯤에서 관객분들은 집을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궁금해지는데요, 오픈 채팅방에 자유롭게 남겨주시거나 손을 들어서 편하게 얘기해 주셔도 됩니다. 한 분 정도만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관객: 집은 자기가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고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아요.

그럼 다음은 유정님께 질문을 드려보고자 하는데요, 도비는 왜 울고 있었는지, 결국 탈출에 성공했는지 궁금하다고 남겨주셨습니다.

신유정: 맨 처음에 우는 장면을 만들었던 이유는 제가 어떤 공연을 보러 가면 배우가 울고 있으면 경계가 풀리더라고요. 관객도 같이 긴장을 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흐트러진 모습이니까 그런 장면이 있으면 저 같은 경우에는 열렸었던 것 같아서 일부러 그런 장면이 처음에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탈출했습니다. 여기 이렇게 있잖아요? (웃음)

다음 질문은 세 번째 섹션을 맡아주셨던 신애님께 드려보겠습니다. 보여주신 사진들의 의미가 무엇인지, 사진마다 음악이 다르게 나오는데 음악을 고른 기준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최신애: 먼저 사진은 저희 네 명 공동구성자들에게 부탁을 해서 자기에게 의미 있는 것,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걸 달라고 했고요. 제 사진도 포함해서 이분들에게 의미가 있는, 또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것들로 구성을 했고 대부분 직접 찍은 것들이에요. 여기서 제가 네 가지를 표현했는데 다 한 장씩 맡았고 그 이미지를 보고 제가 계속 생각을 해보면서 어떤 것들이 떠오르는지 정리해보고 거기에 맞는 음악도 찾아보면서 창작을 했습니다.

민권님께도 질문드리겠습니다. 영상 중에 나비가 날아가는 장면이 있었어요. 이 장면은 성장을 표현하신 걸까요?

조민권: 일단 영상에서 나비가 날아가지는 않고요. (웃음) 날개를 펼치기는 했는데. 나비는 성장이나 정해진 의미가 있지는 않고 저에게 나비는 이미지가 굉장히 중요했어요. 나비가 있다가 날개가 펼쳐졌을 때 드러나는 모양들? 나비가 가진 상징이 있잖아요. 아마 거기에서 성장을 얘기해 주신 것 같은데 뭔가 아름답지만 벌레 같기도 하고. 그로테스크한 면이 있는 이미지고. 딱 정해진 언어로 상징을 입히진 않았지만 아까 보여드린 영상에서 나비의 주위에 도는 아우라들을 보면서 이미지로 가져왔어요. 영상 안에서 그 사이에 나비가 날개를 펴는 이미지가 있어야겠다는 감각적인 판단이 가장 컸어요.

소우현: 약간 아름답지만 더럽고 추한 게 인간의 모습하고도 닮아있는 것 같아요.

조민권: 감사합니다.

무용수님께서 사진을 걸어주실 때, 집이라는 공간을 표현하시는 과정에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신 이유가 궁금하다고 질문 남겨주셨습니다.

최신애: 사실 저희가 세 번째 공연을 하는 건데 처음 했어요. 저는 그때그때마다 조금씩 다르게 하긴 하는데 한 번쯤은 해보고 싶긴 했었거든요? 원래는 창작도 즉흥으로 하려고 했어가지고 관객이 뽑으면 제가 그걸 추려고 했는데 아직 거기까지 역량이 안 되는 것 같아서 그건 못했고요. 그래도 뭔가 제가 집들이 온 것처럼 컨셉을 잡았으니까 같이 어우러지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갑자기 요청을 드린 건데 너무 감사하게 해주셨어요. 감사합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이 적힌 프린트물 없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연기를 본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를 생각하면서 관람을 하셨대요. 그래서 배우분들께서는 자신의 연기를 바라보며 관객이 어떤 걸 알아봐 주셨으면 하는지 여쭤봐주셨습니다.

소우현: 일단은 저희가 프린트물을 나눠드릴 생각이 없었고 관객이 오롯이 감각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했었고요. 관객이 느꼈으면 하는 건 여기 현존하는 예술가들이 이런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관객들이 섹션마다 느끼는 것들을 저희가 정하고 이걸 느꼈으면 좋겠다는 걸 꼭 정하지는 않았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2부 퍼포먼스를 할 때 관객들이 느꼈으면 했던 건 끊임없이 검열하는 자아가 가장 큰 키워드였어요. 검열하면 사회적인 검열이 가장 먼저 떠오르긴 하지만 일상적으로 누군가와 말을 주고받고 생각하고 이런 사소한 대화들 속에서도 스스로를 계속 검열하고 쳐내고 막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어떠한 투쟁이라고 느껴졌고 그런 모습들이 2부에서 가장 잘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조민권: 저에게는 이 공연 자체가 레이어가 조금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집이라는 공간을 보여주겠다 하는 동기가 하나가 있고, 그걸 이제 무용을 하고 현대미술을 전공하고 연극을 하는 친구 세 명에게 집이란 공간을 어떻게 해석하냐고 요청하는 이 두 가지 레이어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레이어가 있고 그다음에 또 작업으로서 이걸 보여주기까지 그래도 관객들이 여기까지 접근할 수 있는 언어가 좀 필요하겠다는 생각에서 이 작업의 동기와 각자 세 명의 아티스트가 집을 어떻게 해석했는지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있으면 관객들이 접근하기에도 용이하겠다는 취지의 글이었고, 사실은 저는 제 파트에서는 제 작업에 있어서는 글이 없어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글이 없어도 되고 영상을 보면서 편안하게 되게 사실 루즈한 영상이잖아요. 되게 길고 고요하고. 반쯤 졸린 상태에서 봐도 상관없긴 하거든요. 사실 저에겐 글이 필요 없고 영상이나 이런 걸로 봐도 되는데 그래서 글은 저한테 좀 보충 설명이랄까요. 관객들 사이에 다리 하나를 놓는 역할이었던 것 같아요.

소우현: 민권이 말에 보충 설명을 하자면 집이 뭉쳐있는 공간이 아니라 끊임없이 흐르는 공간, 뭔가가 작동하는 공간이라는 게 저희를 아울러서 가장 크게 느꼈으면 좋겠는 그런 감각이었던 것 같아요.

최신애: 저는 전체적으로 관객분들이 느꼈으면 했던 건 어떻게 보면 저희가 너무 다 다른 장르고 좀 아직은 성장하고 있는 예술가들이라고 생각해서 청년 예술가들이 이렇게 현장에서 잘하고 있는 거를 알아주셨으면 했어요. 우리는 이런 사람이고 이렇게 성장하고 있다는 거를 관객분들이 느낄 수 있는 정도였으면 저는 만족합니다.

신유정: 2부 같은 경우에는 맨 처음에 엄청 늘어져있잖아요. 관객들이 그 늘어져있는 감각을 느끼길 바랐어요. 일상 속에서 시간은 흐르고 되게 지루하고 뭔가 일어나야만 할 것 같은데 일어나진 않고, 바빠야 할 것 같은데 바쁘지 않고 그럴 때가 있잖아요. 그런 감각을 좀 느끼길 바랐고요. 근데 그 장면이 굉장히 많이 다듬어진 거예요. 거의 공연 전날까지도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면서 엄청 많이 다듬어졌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떻게 관객들에게 이게 전달될 수 있을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친절해야 할 텐데라는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독백 장면 같은 경우는 사실 원래 그렇게 막 연기적으로 할 생각이 없었어요. 저희 공연을 엄청 클린하고 극적으로 풀어갈 생각이 없었어요. 근데 이건 에피소드인데 제가 한 번 미용실에 가서 미용사님과 얘기를 하게 되었어요. 그분이 공연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계신데 그 환상을 가만히 들어보니까 배우가 어떤 감정에 빠져있고 조명이 있고 그 합을 엄청 기대하고 계시더라고요. 여기까지 오시는 관객분들이 그러한 장면을 원할 수도 있겠다, 그런 게 좀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장면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작품 주제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예술가는 작업실이나 연습실같은 공간에서 특성이 더 드러날 것 같은데 왜 예술가의 집으로 초대해줬는지 궁금하다고 하셨습니다.
 

소우현: 사실 이 작품 구성이 중간에 완전히 한 번 바뀐 거예요. 원래는 이 공간에서 하는 게 아니었고 훨씬 더 넓은 공간인 뉴페이즈라는 공간에서 원래 공연을 하려고 했고 그때는 이제 따로따로 나눠진 게 아니라 예술가 각자의 섹션을 한 곳에 모여서 예술가가 집에서 생활하는 동시다발적인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려고 했었어요. 근데 왜 집을 선택했냐 하면은 예술가는 결국에는 결과로서 어떤 관객을 만나는 사람이잖아요. 그게 아니라 그 예술가들이 그 결과로 만들어지기까지의 어떤 삶과 과정을 거치고 있는지, 그 삶에 대해서 청년 예술가의 삶에 대해서 그리고 싶다에서 출발이 되어서 집으로 선택했습니다. 문득 그런 의문이 들더라고요. 보통 예술가의 집이 공개되는 것은 예술가의 사후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고 여기에 예술가에 대한 의지는 얼마나 반영이 되었을까. 만약에 제가 불의의 사고로 죽으면 동시에 마법처럼 제 집도 같이 태워줬으면 좋겠거든요. 그런 예술가의 집에 대한 논의가 예술가의 사후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현존하는 예술가들 하고 좀 같이 논의를 해보고 싶고 그래서 집이라는 공간이 사실은 말했듯이 제가 생각했듯이 계속 흐르고 있고 어떤 창작뿐만이 아니라 개인적인 사적인 것들도 그렇고 모든 게 다 집합체라고 생각을 해서 집이라는 매개체를 선택했습니다. 

아까 에피소드도 잠깐 말씀을 해 주셨는데 공연을 준비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는지 아니면 인상적이었던 순간들이 있었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조민권: 사실 저는 연극 쪽은 거리가 있는 사람이고 퍼포먼스는 제가 개인적으로 작업으로 몇 번 해왔지만, 어쨌든 저는 학교 열심히 다니는 미대생인데 연락이 왔어요. “공연할 건데 같이 하지 않겠냐”라고 왔을 때, 분명히 저한테 그렇게 부담 안 가져도 된다.
별로 그렇게 힘들 것도 없을 것이고 많이 바쁘지 않을 거다. 라고 했어요. 막상 하고 보니까 할 일이 너무 많고 그래서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소우현: 아, 저는 그게 인상적이었어요. 올해 프린지 방식이 1차로 추첨을 하고 거기서 안 됐을 경우 2차 추첨을 통해서 공연 장소가 정해지는 시스템이었는데, 저희는 첫 번째 공간이 여기가 아니라 뉴페이즈라는 다른 넓은 공간이 사실 너무나 거기서 하고 싶었어요. 이제 추첨 집에 들어갔는데 저희가 안 뽑힌 거예요. 이제 어떡하지? 공연할 수 있나 이게 신촌에 집 있는 사람 있나? 이런 생각이 났어요. 근데 여기가 2순위였어요. 그래도 좀 넓은 곳에서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지붕도 되게 집 같고 공간도 되게 재밌고 오히려 또 기회가 된 것 같아요. 지금은 되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눈썰미 있게 봐주신 분이 계셨는데요. 옷을 무채색으로 맞춰주신 것 같아요. 근데 조민권님만 의상색이 다른 이유가 있으신지 여쭤봐주셨습니다.

조민권: 사실 이게 각각 1, 2, 3부가 이어진다거나, 스토리적으로 뭐가 그려진다기 보다는 1, 2, 3부에 이제 각각의 아티스트들이 존재하는 것이고 그래서 결국엔 세계의 집을 지나쳐 가는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저는 당연히 의상도 각자 세계에 맞춰서 할 줄 알아서 저는 회색 톤으로 입어야겠다 했어요. 유정이의 섹션에 이 두 사람이 퍼포머로 합류하게 되면서 그럼 이제 한 그림으로서 이분들은 맞추게 됐고 저는 여전히 제 작업에서만 등장하니까 제 작업에서만 맞는 의상을 골랐습니다.

소우현: 설명에 살짝 덧붙이자면 2부 때는 저희가 어쨌든 한 사람인데 두 개의 페르소나를 설명하고 싶었어요. 끊임없이 생각하고 말하고 내뱉는 자아와 그거를 삭제하고 검열하고 스스로 숨기는 자아. 그렇기 때문에 어쨌든 쓰고 지우는 행위가 사실 중요하기 때문에 그 의상으로 튀고자 하는 걸 최소화하고 싶었던 것도 있었습니다. 

신유정: 그리고 처음에 저희가 생각했던 그 집의 이미지들이 약간 동굴과 같은 어떠한 심연과 같은 그런 이미지들이 베이지나 이런 흰색과 잘 어울리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베이지 쪽으로 가게 됐던 것 같고, 뭔가 통일감을 줘야 할까 하는 의문으로 오빠한테 맞출까 회색으로 우리도 입을까 하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개연성과 연결성보다는 개별적으로 하는 걸로 정리를 했던 것 같아요. 

최신애: 맞아 그건 있어요. 3부는 잠옷이 콘셉트이었어요. 저는 색깔이 다 맞춘 거긴 하지만 사실 맞출 필요는 없었어요. 

질문을 하나 남겨주셨는데요, 공연을 보면서 연기를 본다는 생각보다는 전시회를 보는 기분이 들었고, 조금은 무거운 느낌이 들었는데 각 섹션의 공연을 보면서 느꼈으면 하는 주된 분위기가 있으셨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소우현: 한 단어로 표현하기 해볼까요? 

신유정: 2부의 타이핑은 ‘치열함’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신애: 저는 ‘전시’인 것 같아요. 

조민권: 저는 사실 그게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했던 것 같아요. 제가 있던 세계는 제가 원하는 무언가는 한 문장으로 기본적으로 예술을 하는 이유가 결코 언어화될 수 없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예술로서만 전달 소통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현실과 허구가 좀 무너지는 지점들 그리고 꿈 같은 이야기들 그런 어떤 망상과 같은 이야기들 그런 지점에서 그리고 싶은 세계나 공간이 있었습니다. 

2부에서는 치열함이라 해 주셨는데, 2부에서는 가면이 등장했어요. 혹시 가면을 쓰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소우현: 2부는 유정이의 퍼포먼스였는데 가면은 제가 좀 강하게 주장했어요. 가면을 벗은 상태에서 저와 이제 이 친구의 얼굴이 노출되다 보면 아무래도 저의 표정도 되게 중요한 퍼포먼스가 될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중요한 거는 결국 한 사람이지만 그 두 개로 나눠지는 자아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게 메인이기 때문에 그거를 집중할 수 있는 요소로 가면이라는 거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나름의 통일성을 주기 위해서.

 
일부 연기자분께서는 창작자의 고통이 진짜 고통에 가깝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미래에 대한 기대감에 가깝다고 생각하시나요?

조민권: 창작은 고통을 수반하는 건 진짜 맞는 것 같아요. 되게 쉽지 않은 게 있기는 한데 그래도 창작을 계속 하는 거 그리고 저는 어느 정도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데 확신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뭔가 예술을 할 때 더 행복하겠다. 라는 확신이 있거든요. 그런 어떤 생각이 있다는 게 보통보다는 그래도 미래를 그리는 게 훨씬 더 가깝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기대감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벌써 30분이 다 지났어요. 그래서 마지막 질문을 드리려고 하는데 각각 창작자분들이 생각하는 감각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남겨주셨습니다.

조민권: 저는 언어가 아닌 그래서 말로 포개지지 않지만 어떤 말로 붙잡으려고 해도 계속 세워 나가야 되는 어떤 미묘한 것들이 있거든요. 저한테는 감각이 그런 것들이라, 제가 사랑하는 감각은 또 어떠한 감각인 건데 저한테는 결코 언어가 될 수 없는 것들을 바라보면서 감각으로서의 예술을 좀 믿고 그래서 제가 말할 수 있는 감각은 예술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소우현: 저에게 감각은 제가 살아있음을 알게 해주는 것 같아요. 살아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것 같아요.

최신애: 제가 아무래도 무용을 하다 보니까 춤이 제2의 언어라고도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언어가 달라도 표정이나 제스처로 바디랭귀지라고 하잖아요. 그런 걸로도 원활히 소통이 되는 것처럼 무용이라는 움직임을 통해서도 분명히 그 감각으로 느껴지는 소통이 있었던 것 같아서 저는 몸을 움직이는 사람으로서 말씀을 드릴 때 모든 숨쉬는 소리, 보여지는 이미지, 움직여지는 그 느낌들을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유정: 저는 어떠한 자극, 흥분 혹은 동요인 것 같아요. 우리가 음악을 듣다가도 되게 이해할 수 없는 노래인데 괜히 듣고 싶어지고, 괜히 생각나는 그런 멜로디들이 있잖아요.
그런 음악이면 저는 감각했다고 봐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공연들이나 공연을 봤을 때도 그런 감각을 많이 느껴서 제가 좋아하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질문 혹시 궁금하신 거 하나 더 있으시면 하나 받고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질문이 없으셔서 이전 질문으로 돌아가본다면, 고통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에 대한 질문이 있었잖아요. 관객분께서 다른 예술가분들의 답변도 궁금하다고 하셔서 이 부분에 대해 답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소우현: 저는 고통에 가까운 것 같아요. 그러니까 미래에 어떤 걸 기대하고 창작을 한다기보다는 현재 내가 감각하고 있는 것들을 어떻게 풀어낼까에 대한 것이 제가 하는 창작이랑 가까운 것 같아서 미래라는 기대감보다는 현실들이 느끼는 고통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최신애: 근데 이게 두 개가 정말 뗄래야 뗄 수 없는 것 같은데 기대를 위해서는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잖아요. 근데 약간 저는 민권씨가 말씀하신 것처럼 이렇게 공연 관객을 만나고 공연하는 순간 그 고통이 다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신유정: 저는 고통인 것 같아요. 근데 이 고통이라는 게 꼭 우리가 생각하는 아픔 혹은 절망의 고통이 아니라 새가 알을 캐고 나가듯이 고통은 그냥 당연한 거고 굳이 그거를 막 부정적으로 저는 꼭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더 나아가려는 어떠한 감정이고 그리고 저는 진심이라면 닥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친절한 린지씨였습니다.

관객 여러분께서는 안전에 유의하며 퇴장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