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3.08.23 20시 회차 종료 후 

진행 : 프린지 스탭 쿄 
참여 예술가 : 윤소희 (작), 권서령 (배우), 윤여준 (배우), 이은송 (배우) 

질문을 받기 전에 오픈채팅방에 다섯 글자로 공연 소감을 남겨주실 수 있을까요? 

네, 기술적문제, 풍선소리펑, 홍차맛있어, 감각하는글, 맘껏토하자, 집같은공간, 소리조각집, 중력너머에라고 남겨주셨고. 다섯글자는 아니지만 비 뚫고 오니 안락한 집이라고도 남겨주셨네요.

관객분들이 질문을 생각하는 동안 제가 먼저 질문을 해볼게요. 이 작품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 희곡이 무대에 올라가면서 대본하고 달라질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면 희곡을 조금 더 다르게 감각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해본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이제 유명한 작가가 아니기도 하고, 사실 제 개인적으로 희곡 책이라는 그 물성과 희곡이 잘 안 맞는다고 느끼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희곡 집을 만들어서 관객들을 작가로서 만나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또 3명의 배우 분들이 저의 마음에 동의를 해 주셔서 함께 하게 되었어요. 함께한 배우 분들도 간단하게 이름이라도 인사를 해주시면 어떨까요. 
- 저는 윤여준이라고 합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이은송입니다. 

- 저는 권서령이라고 합니다.
- 네. 이렇게 배우분이 함께해 주셔서 매 회차 다른 제가 쓴 글을 엮어서 마치 희곡집에 여러 장을 읽는 듯이 그렇게 작업을 진행해 봤습니다.

저도 소개를 좀 해야 될 것 같아서요. 지금 함께하고 계씨는 친절한 린지씨는 프린지페스티벌 인디스트가 기획해서 시작된 프로그램이에요. 관객과의 대화를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시작으로 진행하게 된 프로그램인데요. 편하게 오픈 채팅방에 질문 남겨주셔도 되고,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언제든지 남겨주시면 예술가분들이랑 저랑 같이 보면서 진행을 하겠습니다.

저희가 오자토크로 시작을 좀 해봤는데요. 줌며들사람께서 ‘기술적 문제’라고 (웃음)
- 기다려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웃음). 이게 매 회 차 다른 세팅을 하다 보니까. 아까까지는 되게 잘 됐는데 갑자기 홈 화면에서 안 넘어가더라고요.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매 회차 공간 구성이라든지 전체적인 구성이 다 바뀌는 건가요? 그러면 지난 공연은 오늘이랑은 또 다른 구성이었겠네요. 
- 네. 오늘 6시 회차에는 <흉 있는 사람들>이라는 희곡을 했고요. 지금 앉아 계시는 이 소파가 다 저쪽 반대편에 있었어요. 내일 3시에는 <언니에게>라는 글과 <나의 마을>이라는 글을 엮어서 같이 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또 다음에 남겨주신 분들이 “풍선 소리 펑”, “홍차 맛있어” 홍차 진짜 맛있더라고요. 
- 제가 태국에서 사온 홍차입니다. (웃음) 

그리고 “감각 하는 글”,  “맘껏 토 하자”, ”집 같은 공간”, “소리 조각 집”,  “비뚫고 오니 안락한 집”  “중력 너머에” 오 자 토크 남겨 주셨는데 “중력 너머에” 혹시 어떤 분이 쓰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혹시 어떤 의미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 (관객) 네 저요… 여준님께서 지구에서 내리는 방법을 보여주는데 그게 중력이랑 싸우는 것 같았거든요.  또 풍선으로 이렇게 빛으로 표현한 게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역시 인간은 중력을 벗어날 수 없지.. 이런 생각을 하다가 이 기억을 보는데 기억은 또 중력을 넘는 것 같더라고요. 우리가 본 지구와 상관없이 기억은 우리한테 깊숙한 곳에 저장돼 있고. 그 얘기를 여기 맨 처음에서도 하셨잖아요. 그래서 중력을 넘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다섯 글자로 표현을 해봤습니다. 

배우 분들은 마음에 드시는 게 있으세요? 

-“소리 조각 집”이 조금 마음에 와 닿는데요. 혹시 또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지 소감 남겨주신 분께 여쭤봐도 될까요?
- 제가 남겼는데요.. 각각 파트에서 다른 이야기, 다른.. 풍선 소리도 있고, 물 따르는 소리도 있고, 홍차가 이렇게 녹아 들면서 나는 소리들이 있고, 또는 구르시거나 움직이실 때 내는 소리들도 있고, 글을 읽어내는 소리도 있고.. 소리가 많이 들렸던 것 같아요. 에어컨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웃음) 그런
소리들이 뭐라고 설명을 해야 될지는 모르겠지만 하나의 희곡집 안에 잘 조각조각 잘 들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그렇게 표현을 해봤습니다.

- 감사합니다. 

- 저도 귀뚜라미 소리가 마지막에 잘 들렸는데. 
- 네 정말. 지금 이 공간 안에 귀뚜라미가 있는 것 같아요. 
- 음향이라고 하기에 너무 실감이 있는 음향이었어요. 

- 이어서 마들렌 님이 질문을 남겨주셨어요. 다른 분들도 들으시다가 또 궁금한 내용 있으면 자유롭게 계속 남겨주시면 되고요.  웹에 있는 소개에 “모든 희곡이 인쇄될 필요가 있나… 나무가…” 이런 비슷한 글이 있었는데 혹시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있나? 라고 질문 남기셨네요. 
- 사실 이게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희곡 뿐만 아니라 너무 쉽게 책이 나온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전에 출판하는 일을 배운 적이 있어서 책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관심을 갖게 됐는데요. 좋은 책도 정말 많지만 마치 판매를 하기 위해서,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 필자를 쥐어 짜서 예쁜 포장지를 씌워서 막 띠지를 두르고.. 교보문고 매대에 누워 있는 거는, 꽂혀 있는 거 말고 누워 있기 위해서는 별도의 홍보비를 내야 되는 거거든요.  그런 모든 과정을 보면서 책이라는 게 너무 빠르고 너무 쉽게 나온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출판사들의 어떤 상업 구조 안에서요. 계속 신간이 나와야 되고 팔려야 되니까.. 

책을 만드는 건 너무 쉽잖아요. 글이 있고 글을 디자인해서 나무 잘라서 종이로 만들면 되는 거죠.  또, 책이 시간을 견딜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시간을 견디는 책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나무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을 종종 만나기도 하고요. 알라딘에 가보면 같은 책이 여러 권 진열 되어 있잖아요. 그런 책들은 보통 사람들이 소비하듯이 읽고 빨리 팔아버리는 책인 거잖아요.  그런 책을 볼 때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저의 글이 꼭 인쇄될 만큼 지금 값지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물론 제가 잘 돼서 어느 누가 윤소희 씨 희곡 좀 내겠습니까? 라고 하면 감사합니다 라고 하겠지만. 근데 제가 나서서 그런 일을 별로 하고 싶지 않고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희곡이라는 글과 책이라는 게 별로 안 어울린다고 생각을 해서 그런 소개말을 썼던 것 같아요.

그래서 혹시 저렇게 QR 코드로도 계속 남겨놓으신 건지도 좀 궁금했어요.
- 네. 저는 사실 저 QR 코드 중에 <희곡 책 읽기>라는 글이 있는데요. 단순히 희곡 말고 희곡 책을 읽을 때의 감각과 그 속에서 제가 느끼는 불편감이나 불일치감에 대해서 다룬 글이에요. 

저는 전공생인데요. 학교 들어가서 희곡을 읽는 수업을 할 때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희곡은 무조건덮지 말고 계속 읽어야 된다고. 왜냐하면 한 공연은 끊기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희곡도 그 편은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야 된다. 이런 얘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막 제본된 A4로 인쇄된 희곡은 잘 읽겠는데 희곡 책은 너무 읽기가 어려운 거예요.  그래서 나는 왜 전공생인데 희곡 책 읽기가 이렇게 어렵나..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근데 사실 책이라는 게 종이를 잘라서 묶은 거잖아요. 근데 공연이라는 것은, 희곡이라는 것은 흐르는데 저는 그걸 잘라서 묶은 것 자체가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우리가 익히 읽는 책의 판형과 이 사이즈가 희곡이라는 걸 그 안에 넣기만 했지 희곡이라는 물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라는 생각을 되게 하게 되었고요. 그런 측면에서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는 입구가 여러 개일 수는 없는 걸까? 이런 생각도 좀 해봤던 것 같고요. 제가 QR을 다음 날은 다른 걸로 바꿀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뭔가 좀 고정된 것 없이 좀 해볼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에 글들의 QR 코드를 벽에 붙여보았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요. 공연을 보고 너무 좋아서 희곡 책을 샀어요.  근데 너무 눈에 안 들어오더라고요. 말씀을 듣다 보니까 희곡에 맞는 책의 형태나 진짜 판형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네요. 재밌는 생각이네요. 한번 다른 형태의 책을 만들어봐도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 것 같아요.

-  그래서 실제로 제가 작년에 프린지에서 공연 했던 걸로 책을 만들었었는데 봤어요. 그거는 입구를 여러 개 만든 책이었어요. 잘 구현되지 않았는데, 약간 이를테면 병풍 모양을 생각하시면 돼요. 아코디언처럼 열리거든요. 보통 책이라는 게 늘 입구가 하나지만 입구가 여러 개여서 독자가 원하는 대로 접속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만들어봤는데, 그렇게 책을 만드니까 이러나 저러나 그걸 되게 결과물로 보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더 보장되지 않고, 더 휘발시키고 더 극으로 가보자.  이렇게 해서 이번 공연처럼 만들어봤어요. 세 가지 버전을 준비하느라 배우 분들이 고생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또 질문이 하나 있네요. 본격적인 낭독 전에 관객들이 이동하며 특정 경험을 했는데 굉장히 감각적이었어요. 해당 경험들의 창작이나 구성 과정이 좀 궁금합니다.
- 이거는 배우 분들이 얘기하시면 어때요?
- 저는 일단 소희 선배가 써준 희곡 중에 사실 이번이 가장 어려웠어요. <여기는 당신의 기억의 저장고입니다..> 이렇게 제목도요. (웃음) 그럼 좀 재미있게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생각하게 되었고요. 저희가 세 가지 키워드를 정했어요. <지구에서 내리는 법>, <기억의 저장고> 그리고 <멀미에 대해서>. 이렇게 세 가지 키워드를 그거를 좀 감각적으로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 생각을 하면서  디벨롭을 했던 것 같아요. 소희 선배가 저장고라는 키워드를 생각해냈던 것처럼, 홍차에 마들렌을 찍어 먹는 경험을 함께하면서 그리고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를 조금 보여드리고, 제가 CD플레이어처럼 돌아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고요. 감각적인 것들을 담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 저희가 이 작품을 구성할 때 사실 이 공간 자체가 하나의 책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저 문도 책에 표지고요. 그리고 이 한 공간 공간이 작가의 말의 다른 형태라고 생각을 했어요. 저희가 어쨌든 움직이긴 했지만, 저희를 움직이게 한 기반은 사실 작가의 말이거든요. 그런 것들이 저희랑 같이 녹아져 나오게 되었고요. 원래는 하나만 보여주자 했어요. 근데 어쨌든 다 작가가 하는 말이니까 그럼 돌자 해가지고 이렇게 (세 개를 다 보여드리게 되었어요.) 
- 제가 한 파트는, 작가님께서 원을 그려놓고 거기를 벗어나보자라는 말을 처음에 해 주셨어요. 그래서 그럼 원을 지구라고 생각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걸 시작으로 어떻게 하면 지구를 벗어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동심으로 좀 돌아가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기 좀 몇 개 써 있거든요. 예를 들면 그네 타기라든지. 어릴 때 그네 타고 올라가면 중력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이렇게 차곡차곡 이렇게 수집하다 보니까 제가 그중에서 어떤 거를 몸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그 중에서 이렇게 좀 몇 가지를 골라가지고 하게 됐던 것 같습니다.

3개의 스토리가 여러 번(중첩되면서) 들리잖아요. 귀에. 그렇게 각 이야기가 서로 들리리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작용도 고려를 하셨는지도 좀 궁금하긴 했어요. 
- 고라니특공대 처음 왔을 때 가구가 많아가지고 사실 안 들릴 줄 알았어요. 또 이렇게 가구 배치를 바꾸고 나니까 들리더라고요. 근데 들려도 사실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같은 글에서 나온 파생된 이야기고 관객 분들이 다 경험을 하실 거니까 이렇게 가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마침 누가 “들린다”에 대한 말씀을 딱 해 주셨는데요.  ( 질문 : 들린다 는 왜 그렇게 끊어 읽으셨을까요?)

이 희곡이 감사하게도 여러 번 관객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공연의 형태로 작업을 하기도 했고요. 연극센터에서 개관 전시 할 때,  제 파트는 저까지 6명의 작가님들하고 묶여져서, 김문희 배우님이 읽어주시고 그걸 헤드셋으로 들을 수 있는 파트에 들어가 있었어요. 저희 또래가 아닌, 조금 더 경험이 많으신 어른의 목소리로 그 희곡을 들으니까 너무 다른 거예요. 내가 저런 걸 썼나? 이럴 정도로요. 너무 제 글이 아닌 것처럼 정말 다른 감각을 또 했던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 들리는 감각이 배우의 목소리마다 진짜 다르구나 느꼈고요. 그리고 글이 외벽에 되게 크게 붙어 있었는데 그렇게 또 볼 때도 느낌이 매번 다르더라고요. 

근데 또 역시나 스토리가 명확하거나 직관적인 글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이 글에 등장하는 아이라는 인물은 한 사람에서 파생된 인물이거든요. 그래서 3명의 배우가 그냥 즉흥으로 끊어 읽은 거예요. 미리 약속을 정하지 않았어요. 그날 셋이 방향과 약간의 규칙만 정했지. 잘 표현됐으면 좋겠다는 부분을 기점으로 끊어냈는데요. 이 글에 “들린다”에 대하 질문이 무척 많더라고요. 앞에서 끊어 읽으면 “들린다”라는 것이 잘 들리게 될 것 같았고요. 관객 분들께서 청각적인 감각을 좀 더 느껴지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해봤던 것 같아요.

또 연결되는 질문인 것 같아요. 텍스트 낭독 부분을 관객들의 시야에서 벗어난 채 한 이유가 있을까요?
- 이런 형식의 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 제일 많이 들은 질문이 “그럼 낭독극 하는 거야?” 내지는, 그게 아니라 답하면 “그럼 입체 낭독하는 거야?” 였어요. (웃음) 작가가 연출과 함께 공연을 하지 않고 글을 발표한다고 할 때, 지금 우리가 딱 그렇게만, 그런 장르만 만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배우 분들이 검은색 단정한 옷을 입고 일렬로 보면대 앞에 앉아서 하는 낭독극. 사실 저는 낭독극도 잘 보기는 하는데, 그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번 공연은 앞에 회차의 배우들을 직접 만나시니까 뒤에 낭독할 때는 소리만 들려도 된다라는 생각을 했고. 오늘 아주 치명적인 기술 문제로… 사실 영상으로 바로 싹 넘어가면서 좋았을 텐데.. 공연이란 늘 그렇죠. 그리고 다른 공연에는 직접 나와서 낭독을 하기도 해요.

저쪽에서만 낭독을 하는 게 아니군요.  알겠습니다. 혹시 또 질문 있으신 분 계실까요? 직접 손들고 말씀해 주셔도 되고 남겨주셔도 되고요.  
희곡의 물성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고민하신 또 다른 방안, 희곡의 원래 의도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수단들을 고민하신 게 또 있는지 궁금해요.
- 판형이나 디자인을 완전 다르게 해봐야 되나 이런 생각도 좀 해봤고, 아니면 진짜 옛날로 돌아가서 두루마리가 돼야 되나 이런 생각도 해봤고, 근데 제가 개인적으로 독립 출판의 실험은 할 수 있겠지만, 사실 또 근데 책이라는 건 되게 거대한 산업이잖아요. 제가 작년에 만든 책도 한 권에 거의 5만 원이었거든요. 익히 알고 계시는 책 모양이 아니라 다른 형태를 시도하면 시도할수록 단가가 붙어가지고.. 그건 되게 어렵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른 회차 같은 경우에는 배우가 말을 하지 않고 타이핑으로만 하는 장면도 있어요. 내일은 아무도 안 보러 오실테니까 약간 스포를 하자면 직접 종이에 글을 쓰고 그 종이를 녹이는 어떤 장면도 있어요. 그런 것들을 해보고 있고요. 글 조각이라든가 텍스트, 단어, 글자…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프린즈라고 했을 때 프린지라는 말과 프, 으, 리을, 이, 지읒, 아이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 등장인물이 글자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까지 하는 거죠. 저도 사실 답을 찾아나가는 중인 것 같아요.  희곡이 또 어떤 모습으로 관객을 만날 수 있을까… 지금 2023년 8월 버전은 여기까지인 것 같고. 저는 계속 찾아보고 싶은 그런 마음이 있습니다.

작년에도 프린지에서 공연하셨었잖아요.  그 때랑은 또 사뭇 다른 고민을 좀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작년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연극의 형태로서 보여주셨다면, 올해는 관객들이 희곡 자체를 경험하게 하는 다양한 감각들에 대한 고민을 좀 많이 하고 계신 것 같아서 재미있네요. 저도 작년 작품 의 노래>.. 열연 기억하고 있습니다. (웃음). 그래서 그 책을 저도 우연히 보게 됐었는데 너무 재밌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자각몽이라는 희곡 전문 서점에 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도 있나요? 혹시 있을까요? -네, 있어요. 

희곡을 감각하는 방법들에 대한 고민이 저도 좀 생기는 것 같아요.
- 특히나 저도 좀 그런 글들을, 더 여기에 실리지 않은 글을 계속 쓰고 있는데요. 사실 저는 휴머니즘 공연 이런 거에는 관심이 많지 않거든요. 인간에서 계속 벗어나는 이야기들이 많아지는데, 어쩔 수 없이 연극은 인간이 해야 되잖아요. 배우가 등장하잖아요. 인간이시잖아요. 그랬을 때, 작년에 즐겁게 했고 그게 싫다는 건 아닌데 그런 평을 진짜 많이 들었어요. “진짜 공연이 사랑스럽다.” 는 거예요.  저 진짜 사랑스러운 사람이 아니거든요. 이 사람들 (배우들)이 사랑스러운 사람인 거죠. 

색깔이 진짜 달라지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 제가 만약에 연출을 하지 안으면 또 되게 또 달라졌겠구나. 뭐 이런 생각도 들고요. 제가 쓴 글 그리고, 작년에도 동물들이 등장하는 공연이었는데요. 인간이 아닌 비인간들이 등장하는 희곡을 할 때, 기존의 관성으로만 공연을 할 때, 결국 구현될 때 난관에 부딪히게 되는 것 같아서요. 그런 고민들이 요즘은 계속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풍선에 글자들이 들어가 있고 그거를 부어서 팡 터트리고 있잖아요. 풍선 안에 뭐라고 써져 있는지 잘 못 봤는데요. 어떤 글들이 들어가 있고 그게 무슨 의미였는지 궁금해요. 

- 단어들인데요. 그 단어는 저희가 저쪽에서 낭독한 희곡 안에 있던 단어들이고요. 정확히 무슨 뜻이다라고 하기엔 좀 애매한데요. 풍선을 부는 게 어떤 구역질하는 느낌과도 비슷하고, 그 풍선이 이상적인 높은 높이에 달리지만, 그 이상은 늘 이룰 수 없어서 이상이니까 결국 터지는데 그 안에서 단어들이 떨어지는 거죠. 

- 부연하자면, 배우가 이야기와 함께 들려줄 때의 그 단어가 있지만, 아까 그 “프린지” 낱말로 이렇게 얘기한 것처럼 단어를 조각으로 볼 때 또 느낌이 다르다고 생각을 했어요. 가실 때 구경하셔도 되는데, 건조하게 여러가지 낱말을 그냥 섞어놓은 거였고, 떨어지는 종이에서 그 낱말들을 볼 때랑 공연으로 들을 때랑 어떤 차이가 있는지 한번 만약에 보실 수 있다면 재밌을 것 같다. 이런 생각에서 해보게 되었습니다.

- 일종의 내용 전달보다는 글씨를 가지고 어떻게 놀 수 있을까?에 서 나온 아이디어였어요. 그냥 재밌는 놀이. 

저희가 시간이 얼추 다 되어서 질문이 혹시 더 없으시면 마무리를 하려고 하는데요. 혹시 또 오늘 공연하시면서 드셨던 생각이라든지 아니면 또 관객과 대화를 하면서 생각난 더 하고 싶었던 이야기 있으실까요?
- 오늘 비도 많이 오고 그랬는데 이렇게 먼 곳까지 찾아와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 이 작품을 준비할 때 희곡 글에 대한 내용 전달을 목표로 둔 게 아니고, 관객에게 갔을 때 어떤 걸 발생시킬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면서 준비했기 때문에 그 어떤 답도 없지만, 마음 한 켠에 무언가가 남겨졌으면 좋겠습니다.

- 극 형태가 극도 아니고 일반적이지 않다 보니까 저희도 준비하면 어떻게 느끼실지 궁금했어요. 

개인적으로 하는 저로서는 진짜 모르겠거든요. 어떤 느낌이고, 어떤 게 전달되고, 어떤 게 부족할지… 저희 (배우들은)는 소희 선배가 하고 싶은, 글자를 가지고 노는 감각에 초점을 두고 준비를 했는데요. 아무래도 입장이 다르다 보니까, 항상 지향점이 달랐던 것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요. 같이 가면서 다시 맞추고, 가면서 “이쪽 아니다. 이쪽이다” 하면서… 그래서 계속 목표점을 새롭게, 새롭게 다짐하면서 가야 했는데요. 어떤 방식이든, 무엇이든 오늘 공연에서 전달되는 것들이 있었으면 좋겠고요.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 저는 말을 많이 해서… 너무 감사드리고 배우 분들께도 감사드려요.  늘 서사와 캐릭터를 연기하는 관성이 있으실 텐데 자꾸 제가 “서사 그만, 제발 수행만 해주세요.” 라고 하는 이 부탁을 잘 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관객 분들도 정말 너무 감사하고 프린지도 감사합니다.

네 그럼, 친절한 린지씨는 오늘 이쯤에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