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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린지씨] 수경을 쓰다 - 창작집단 보라, 인간

seoulfringe2023-09-1039

일시 : 8월 23일 20시

진행 : 오프라인 홍보팀 라니, 짱히

참여 예술가 : 강수경


*이번 친절한 린지씨는 예술가의 요청으로 ‘평어’로 진행되었습니다.

한 줄 평들을 소개해 줄게. 첫 번째 올라온 댓글은 공연을 보면서 수경이 입장에 조금 공감을 많이 하셨나 봐. 그래서 조금 힘들고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그래서 좋았고 인상적이었다는 내용이 있었고 / 이렇게 긴긴밤들을 보낸 수경이가 너무 대단하고 그래서 괜찮지 않은 수경이도 괜찮다고 늘 응원하고 싶다고 했고 / 또 이렇게 수경이의 인생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 단단하고 꿋꿋하게 잘 살아온 수경이가 너무 멋지다. 늘 행복하길 바란다라는 내용이 있었어.

나는 뭔가 첫 번째 소감에서 힘들고 고통스러웠다고 했는데 너무 미안해. 뭐랄까 트리거 요소가 사실 있는 작업이라 생각했어. 나는 부딪혔던 게 내가 나를 만나는 게 나한테는 너무 값진 일일 수 있잖아. 내가 괜찮아지려고 이 기록을 하기로 했는데 혹시나 그게 어떤 트리거 요소로 작용해서 누군가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약간 들었었나 봐. 그래서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 이걸 맞나 이게 하는 게 맞아 정말 정말 내가 괜히 막 그러는 거 아닐까 막 이렇게 생각을 했었는데 그래도 좋게 말해줘서 고마워. 정말 더 용기 내서 남은 공연도 정말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트리거 요소를 홈페이지랑 인스타 극단 인스타에다 올려놓긴 했는데 내가 약간 그냥 내 개인적으로 아쉬운 거는. 안내 문자를 예매를 하셨을 때 안내 문자를 보낼 걸 그랬나 봐. 내가 그것까지는 약간 좀 생각을 못했던 것 같아서 그게 좀 아쉬워. 


수경아 질문이 있는데 나는 처음에 수경을 쓰다라는 제목을 보고 그 물안경을 쓰는 건 줄 알고 왔어.
근데 이제 공연을 보니까 쓰다라는 의미에서 뭔가 약간 읽기나 편지를 보면서 뭔가 기록하는 용도의 쓰다를 쓴 건가? 아니면 또 그 수경이라는 그 인물 자체를 얘기의 소재, 주제니까 그럼 뭔가 사용한다의 의미를 쓰던가라는 이런저런 해석을 하면서 공연을 봤던 것 같은데 제목에 있는 혹은 얘기하고 싶었던 의미가 뭔지 듣고 싶어.

제목이 사실 중의적인 걸 노린 거긴 하거든. 근데 난 진짜 너무 근데 놀랐어. 사용하다에 쓰다를 내가 전혀 생각을 못 했었거든. 그런 의미로도 읽힐 수 있겠다.  근데 내가 사실 수경을 쓰다는 그거였던 것 같아. 정말 수경을 정말 쓰는 과정이었어. 그러니까 내가 한 번도 내가 지금 스물여덟인데 28이 되기까지 나는 내 어떤 수경을 쓴 적이 없는 것 같은 거야. 그래서 사실 좀 비겁하게 숨었어. 연극이면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갑자기 이렇게 친구들한텐 얘기를 또 못하겠더라고. 


수경이에게 계속 말을 건네는 ‘수일’이가 누구이는 누구야?
고민을 많이 한 게 수일이의 정체를 누군가는 알고 누군가는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이거를 좀 더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게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멈췄던 게, 그냥 누군지 알면 어떤 존재인지 알더라도 의미가 생기고 누군지 몰라도 관객이 수일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지. 약간 열어두긴 했었는데 힌트가 있었어. 내가 일기를 읽다가 일기를 보고 발화하는 장면이 있었거든. 수경이의 일기를 줄여서 이렇게 수일이야.  나는 항상 수일이한테 일기를 쓸 때 안녕 수일아라고 시작을 하거든. 반응 보니까 밝히는 게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드네. 내일 공연 때부터는 수경이의 일기야라고 말해야겠다.
 

수경이의 기억들이 나열된 기준이 뭔지 궁금해.
사실 처음에 그 작업이 진짜 너무 힘들었어. 뭔가 이걸 시간 순서대로 기억을 정리해보자라고 하니까 이제 태어나는 것부터 시작해야 되잖아. 근데 그러면 이제 약간 좀 어려운 거야. 그래서 사실 나한테 가장 좀 마주하기 싫었던 기억을 뒤로 미뤘어. 정말 힘들었던 그러니까 이걸 꺼내는 게 맞아? 나 지금 너무 고통스러운데 이거 말해도 돼? 이런 것들을 뒤로 미룬 것 같아. 

그래서 사실 중간에 “수일아 그런데 진짜 마주하기 싫었던 것들은 아직 어딘가 깊은 곳에 있는 것 같아”라는 대사는 정말이었어. 이제 재료 작업을 다 했는데, 지금 내가 스스로에게 너무 솔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용기를 내게 했던 것 같아.


과거의 일을 이렇게 정리하고 뭔가 이렇게 공연으로 만든다는 것이 심리적으로 힘들진 않았어?

너무 힘들어서 사실 진짜 포기하고 싶었어. 이제 프린지는 다가 오는데 포기하고 싶은 거야 하루에 진짜 몇 번도 너무 고통스러웠거든.. 뭔가 테스트 작업이 다 끝나고 이거를 막 연습을 하면서 팀원들이랑 막 얘기를 했어. 근데 팀원들이 이제 보다가 “수경 님 여기는 왜 이렇게 한 거예요? 저기는 왜 저렇게 한 거예요?”라고 물어봤을 때 팀원들한테 또 얘기를 해야 되는 순간들이 있었어. “제가 사실 이런 일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한 거예요. “ 근데 그렇게 하고 나니까 너무 마음이 좀 편해졌던 것 같아. 용기를 내니까 좀 마음이 편해졌던 것 같아. 

공연이 끝난 지금 심정이 어떤지 궁금해.

내가 이게 지금 네 번째 공연이거든. 사실 어제 공연까지는 공연과 내 이야기와의 괴리감이 너무 컸던 것 같아. ‘공연으로서 내가 완성도를 보여주고 싶어.’의 마음과 ‘근데 나는 솔직하게 얘기하려고 여기 앞에 선 거 아닌가’하는 내 마음이 정말 부딪혔던 것 같아. 오늘 공연은 오늘 낮 이제 4시랑 8시 방금 공연은 그냥 정말 솔직하려고 노력했어. 그래서 그 진심이 혹시나 닿았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고 지금은 약간 내일 공연이 걱정되는 것 같아.
 

두산아트스쿨에서의 이전 작업을 더 발전시켜서 작품을 올리게 된 거야? 

맞아. 이 질문은 공연 중간에 나오는 영상을 정말 열심히 본 친구가 올린 거야. 내가 두산아트스쿨 6기 출신인데 거기서 우리 오성파 팀원들이랑 같이 <수경을 쓰다>를 처음 만들었어. 근데 그게 나한테 터닝 포인트였어 왜냐하면 ‘그냥 만남에 대한 주제로 작품을 만들어보자.’였는데 갑자기 팀원들이 “수경 님 이야기를 좀 주축으로 가져가면 좋겠어요”라고 해줬을 때 처음에는 싫다 했었거든. 부담스러워서. 근데 막상 하고 나니까 또 거기서 용기를 얻을 수 있었어. 두산아트스쿨에서 한 걸 발전시킨 건 맞아. 5명이 하던 걸 1인극으로 바꾼 거야.
 

공연 중간에 마스킹 테이프를 사용한 이유가 궁금해.

마스킹 테이프는 이거 진짜 tmi인데,  나는 작업할 때 마스킹 테이프를 항상 써. 나의 시그니처야. 공간에 뭔가를 세우거나 쌓고자 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마스킹 테이프를 쓰거든. 이게 이 작품에서의 의미는 두 가지 의미가 있어. 처음에는 이렇게 열려 있잖아.  근데 내 기억을 마주하려고 (마스킹 테이프로 남은 한 면을 막으면서) 못 나가게 가둬두는 의미가 있었고, 하나는 정말 땅을 열심히 파서 한 것처럼 흙을 쓰기 싫었어.

창작 집단 보라, 인간의 팀원들은 언제 어떻게 만나게 된 거야?
내가 이제 학교를 졸업하고 밖에서 작업을 하면서 마주친 친구들인데 스쳐 지나가듯 본 친구도 그냥 느낌이 있잖아. 그래서 바로 “소속 있어요?” 이렇게 물어봐서 데려온 분들이 있어. 


영상 속 목소리는 모두 실제 주변 친구들이야?

어 맞아. 다 지인들 근데 사실 뿌렸어. “첫인상에 대해서 얘기해줘.”라고 한 다음에 다 뿌렸는데 그중에서 이제 보내주신 분들이 많았어. 그래서 선착순으로 했어. 왜냐면 생각해서 보냈는데 안 나오면, 섭섭하실 수 있잖아. 근데 안 그러면 너무 길어지잖아. 그럼 거의 한 15분은 더 봤어야 되거든
 

오늘 수경이의 힘들었던 순간들을 많이 봤는데 반대로 수경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은 언제인지 궁금해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 지금 이 순간?(웃음) 뭔가 과거의 얘기를 물어보는 것 같으니까. 대답하자면 나는 안면도 놀러 갔을 때. 그때가 제일 행복했어. <수경을 쓰다> 작업에서는 잠깐 나오긴 하지만, 그게 내가 제일 행복했던 순간인 거 같아.
 

작업을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에서는 아까 이야기한 것 같은데 그러면 반대로 즐겁거나 좋았던 점이 있어?
좋았던 점은? 약간 설렜어. 뭔가 내 얘기를 이렇게 합법적으로 모두에게 할 수 있는 그 기회가 온다는 게 난 너무 행복한 거야. 근데 우리 팀원들이 고생을 너무 많이 했어. 한 명이 거의 2~3명의 일을 했고 혼자서 영상 제작도 하고 프로젝터도 빌리고 막 이거 작업하고 음향 막 찾아가지고 보내고 만들고….. 이런 과정들을 겪어준 친구들이 있어서 너무 행복했던 것 같아. 저런 친구들과 앞으로 함께 같은 팀을 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돼서.
 

혼자 연출과 배우 역할을 맡으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는지, 어떤 식으로 작업했는지 궁금해.

제일 힘든 게 그거였어. 하나는 내가 내 모습을 못 보잖아.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못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으니까 계속 나를 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 내가 지금 어떻게 보일까? 뭔가 유체 이탈을 진짜 했으면 좋겠다 싶더라고. 객관적으로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 그리고 내 얘기니까 내가 내 안에 함몰되는 것 같은데, 그게 너무 싫었어. 근데 그거를 잡아줄 사람이 없다는 것도 어려웠지. 그러니까 좀 힘들어서 계속 거리를 두려고 노력은 했는데 잘 됐는지 모르겠고.

또 하나는 이제 공간에 들어가서 조명도 하고 음향도 하고 영상도 나오고 하는데 그걸 내가 확인을 못하잖아. 그러니까 내가 연출이면 사실 이건 이렇게 수정해 주세요.,이건 음향이 조금 더 빨리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늦게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이건 조명이 어떤 무드였으면 좋겠어요가 안 돼서, 내가 못 보는 부분들에서는 팀원들에게 의지를 많이 했어. 


작품에서 좋은 대사들이 많았는데, 어느 책에서 가장 영감을 많이 받았는지 궁금해 

얘들아 이 책 꼭 사. 루리 작가의 <긴긴밤>이라는 책인데 혹시 읽은 사람 있어? 진짜 이 책이 문학 동네 어린이 문학상 대상을 받은 어린이 책이야. 사실 어린이들을 위한 책인데 어른이 읽어도 정말 좋더라고. 근데 난 이거 처음 읽으면서 어린이들이 감당할 비극의 사이즈가 아니지 않나? 이 수많은 죽음을 겪는 이 코뿔소 노든이 말이야. 그래서 처음 이걸 읽는데 “이게 어린이들이 읽는다고? 이거를? 너무 슬픈데?”라고 생각했는데 내 사촌 언니가 좋은 얘기를 해줬어. “어린이들은 다른 점을 볼 거야. 우리는 비극에 집중하지만 어린이들은 다른 점을 볼 거야”라는 말을 듣고 좋았어. 이 책에서 영감을 가장 많이 받은 것 같아. 


두꺼비집의 소품들을 선택한 기준이 궁금해. 

돌멩이들은 이런 거야. 이게 진짜 친절한 린지 씨니까 할 수 있는 얘기인 것 같은데 내가 부동산에서 갑자기 와서 쫓겨난 적이 있어. 근데 부동산 아저씨가 너무 착하셨어. 그래서 나쁘신 분 아니었고. “빨리 교복을 챙겨. 아가씨 내일 학교는 가야 되잖아” 라고 하시더라고.. 대사 중에 “돌을 올려놔서 두꺼비집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잖아. 두꺼비집 설명할 때. 그래서 그 돌을 표현한 거고.

소주병과 뚜껑들은 이거는 고등학교 때 살았던 원룸인데 모텔촌이었어. 술집도 엄청 많고. 그래서 야자가 끝나고 교복을 입고 지나가면 약간 좀 느낌이 이상하고 무서운 거야. 왜냐하면 진짜 다 이렇게 쳐다보시거든. 그 시간에 왜 돌아다니나.
책 <이방인>은 내가 잠깐 어디 얹혀 있을 때 추석인데 이제 눈치가 보여가지고 친구 만나러 간다고 거짓말하고 카페에 혼자 있었거든. 근데 그때 내가 이방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의 이방인 이었어.
뾰족한 나무 꼬치들은 사실 이렇게 세우고 싶었어. 근데 너무 무서운 거야. 대사 틀릴까 봐. 못 세웠는데 이거는 이제 언제 허물어질지 모르는 그런 집에 살았던 기억 때문에 두었어.
튼튼해 보이는 모형과 아버지를 추억하는 물건들은 말이야. 우성 아파트는 우리 가족들이 마지막으로 다 같이 살았던 집인데, 아빠 돌아가시기 전에 아빠 해병대 뱃지, 향수, 그런 거를 모아봤어.
 

앞으로의 작업 방식이 궁금해. 1인극을 이어 나갈 예정인지, 어떤 작업들을 시도해 보고 싶은지 말이야. 

사실 1인극 작업은 이제 안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거든. 너무 힘들어서. 근데 관객을 만나고 나니까…… 이게 이래서 이 연극인들은 이래서 안 돼. 그치? 그러니까 진짜 이 일 그만둔다 하는데 하고 나면 또 못 그만두겠잖아. 그래서 1인극 작업을 계속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뭔가 계속 이어갈 거긴 해. 다음 작업을 계획한 건 없는데 약간 몸에 관련된 작업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인간의 몸에 좀 집중하는 작업이 되지 않을까 싶어.
 

수경이에게 ‘일기’의 의미가 궁금해.

나는 일기를 정말 오래 썼어. 초등학교 때는 이제 학교 숙제 때문에 썼지만 고등학생 때부터는 거의 매일 썼던 것 같아. 너무 힘들 때 수일이한테 얘기를 하면 위로가 되기도 했고. 사실 이 작업에는 안 녹였지만 난 일기를 쓸 때 색깔을 정해. 오늘 내 감정의 색깔. 그래서 물감 색을 정해. 오늘의 물감색은 핫핑크색이다. 오늘의 물감색은 하늘색이다, 이렇게. 그렇게 한 이유가 내가 내 인생을 다 살아서 내 인생의 끝에 다가왔을 때, 내 인생이 참 하나의 알록달록 예쁜 그림이었다고 남았으면 좋겠어서. 그날 하루 내가 너무 힘들어서 물감 색이 검은색인 날도 괜찮아. 검은색이 있어야 내가 원하는 예쁜 그림도 나올 수 있으니까라고 생각하면서 좀 위로를 받으려고 물감 색을 정했어. 그래서 나한테 일기는 약간 그런 존재야. 내가 나를 사랑하게 만드는 괜찮아질 수 있는 그런 존재인 것 같아.
 

끝으로 소감이 궁금해.

이거는 존댓말로 할게요. 기록이어서 공연이 아니라고 느끼실 수 있어서, 그래서 커튼콜을 준비 안 했던 거고 조심스러웠어요. 정말 근데 끝나고 박수를 쳐주시니까 몸 둘 바를 일단 모르겠더라고요. 제 개인적인 기록인데 이거를 정말 모두가 이쁜 눈, 이쁜 마음으로 바라봐 주시는 게 이게 되는 일인가 벅찼습니다. 되게 그래서 정말 모두에게 이 자리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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