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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팀] 팔꿈치의 활동범위 <밤이면 밤마다 밤섬> by꼴깍몬

seoulfringe2023-07-10588

탄탄한 장소성을 기반으로 설계되는 작품


팔꿈치의 활동범위 <밤이면 밤마다 밤섬>은 터전을 잃어 생존위기를 겪는 다양한 생물종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으로, 촘촘한 배경 설계를 통해 프린지 페스티벌만의 특성을 자신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낸다. 시공간을 포함하여 입체적으로 변하는 작품 속 무대는 팝업북 연극이라는 장르적 문법을 지켜내면서 주제 의식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 팝업북 연극 (pop-up theatre)은 상연 중인 작품이 공연장을 넘어서 공원, 거리 등 일상의 공간으로 이동하는 장르다. 책 속의 이야기가 텍스트 밖으로 펼쳐지는 팝업북처럼, 연극의 서사가 무대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장소 밤섬은 한강 마포대교 하류쪽 서강대교가 관통하는 지점에 위치한,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밤 모양의 섬에서 모티브를 따온 듯하다. 이너프라운지 지하에서 시작한 작품의 무대는 후반부에 야외로 펼쳐지면서, 실제 지역 ‘밤섬’으로 이어진다. 터전을 잃은 생물종들이 밤섬으로 터전을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객과 아티스트의 발걸음에 의해 길거리, 그리고 밤섬 산책로로 무대가 이동한다. 무대가 확장되는 과정에서도 실내 공연장에서 관객과 무대 간의 거리가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점이 놀랍다. 길거리에서는 좌우로, 산책로에서는 상하로 간격을 유지하면서 관람에 있어 혼선을 주지 않는다. 가로등 불빛은 조명이 된다. 지역 전체의 무대화하면서 주제를 관통하는 '움직임'을 관객의 경험 속에 녹아낸다.


세밀한 설계는 장소 뿐만 아니라 시간적 측면에서도 드러난다. 다수의 팀이 각자 할당된 시간에 공연을 선보인다는 건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는 페스티벌만의 장점이다. 당연한 규칙이지만,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프린지 페스티벌에서는 일종의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제약이 되기도 한다. <밤이면 밤마다 밤섬>은 저녁 8시에 시작된다. 실내의 작품은 비교적 자유롭겠지만, 거리 위의 작품들은 시야가 차단될 수 있기 때문에 다소 리스크가 큰 시간대다. 그러나 밤이라는 시간대가 중요한 해당 작품에서는 오히려 힘을 발휘한다. 밤 시간대가 갖는 흥취, 주제와의 연결을 통해 강렬한 효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가상의 공간으로 존재하던 무대를 현실이자 일상의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설정은,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는 생물종의 관점으로 신수라는 지역의 무대를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든다.



관객을 작품 속에 담아내는 힘


단순히 무대가 이동한다는 사실은 관객들을 낯설게 만들기 때문에 효과를 갖는다고 설명하기엔 어딘가 부족하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관객이 생물종과 동일한 층위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입체적으로 이야기를 흡수할 때, 작품의 진정한 효과가 발휘된다. <밤이면 밤마다 밤섬>은 이동 도중에 두 가지 장치를 추가하면서 관객을 작품 속 서사와 연결점을 만든다. 바로 라디오와 팝업북이다.


라디오를 듣는 채, 일렬로 서서 야외를 활보하는 그 자체의 상황은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에 대한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게 만든다. 작품이 거리로 나오는 순간, 아티스트의 퍼포먼스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뉘게 된다. 이너프라운지에서부터 함께 하여 서사의 연장선성에 놓인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거리 위의 일반인들이다. 관객들이 주목하는 대상은 퍼포머들 뿐이지만, 일반인들이 주목하는 대상은 관객들까지도 포함된다. 모두의 거리예술임과 동시에 우리만의 거리예술이기도 하다. 라디오는 소음 이슈를 깔끔하게 해결해낼 뿐만 아니라, 작품과 관객 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연대감을 공고하게 만든다. 


일상의 거리를 활보하는 동안 관객들의 손에는 팝업북이 들려 있다. 팝업북에는 각기 다른,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생물종이 그려져 있다. 밤섬으로 터전을 이동하고 있는 생물종이 그려져 있다. 이너프라운지 지하에서 단순히 팝업북 속의 생물종들의 삶을 멀찍이서 관람했던 관객들은, ‘밤섬’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는 생물종들이 안전하게 터전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생물종을 보호해야한다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지게 된다. 그저 팝업북을 들고 이동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관객은 작품의 일부가 된다. 단순한 장치로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경험을 통해 관객들은 생물종과 동일한 층위에서 세상을 인식하게 된다.



터전을 잃었다고 해서, 순수함까지도 잃은 건 아니기에


<밤이면 밤마다 밤섬>은 올해 프린지에서 ‘기후 위기’ 담론을 둘러싼 환경 내지는 생태계를 다루는 작품들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존재한다. 전쟁에 있어서 어떤 책임도 존재하지 않는 타자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소수자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과 접점도 보이는 듯하다. 하지만 동일한 범주에 귀속되기에는 어딘가 어색하다. <밤이면 밤마다 밤섬>만이 갖는 차별점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탈인간중심적인 시선으로 생태계 위기를 전개한다는 점에서 ‘소수자’를 다루는 작품보다 다루는 대상이 훨씬 포괄적이다. 생명종을 둘러싼 환경 자체를 무대 안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생명종 자체에 내재된 순수성을 주목한다는 점에서 ‘기후 위기’ 작품들과 궤를 달리 한다.


어린 아이부터 수달, 두꺼비, 호랑이, 심지어는 바퀴벌레까지. 전쟁에 있어서 어떠한 책임도 존재하지 않는 생명종들에게는 어떤 선택권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생존할 수 있는 터전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그러나 터전을 잃었다고 해서, 그들 자체가 갖고 있는 순수함과 해맑은 모습까지 잃은 것은 아니다. 암울하고 수동적으로 터전을 옮겨야 하는 상황에서 이들은 좌절하거나 체념하지 않는다.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도, 아이들은 움직임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고자 하는 의지를 꺾지 않는다. 디스코 리듬에 몸을 맡긴 채로 춤을 춘다. 움직임을 통해 하나가 되는 현상은 비단 작품 내적으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탈바꿈하는 무대에 따라 지속적으로 이동하는 관객들도 ‘움직임’을 통해 주제를 관통하는 순수함에 일조하게 되는 것이다. 


음울한 배경 속에서 오히려 생명종의 순수함을 부각시키는 시도에서, 선명한 대비가 주는 울림의 힘을 실감한다. 생명종 자체의 순수함을 드러내는 과정은 대부분 유쾌하고 재치 넘친다. 반면 전쟁의 참상을 요약적으로 보여주는 과정에서는 어둠 속에서 조명이나 그림자를 활용한 연출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바퀴벌레가 인간과 재치 넘치는 방식으로 협약을 맺는 과정이나 ‘맹’,’꽁’이라는 이름이 갖는 고유한 소리로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들은 터전을 잃어야할 수밖에 없는 끔찍한 현실과 대비된다. 빛의 존재를 통해 칠흑같은 어둠의 존재를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다. 직접적으로 작품 내에서 담론을 언급하지 않고도, 관객으로 하여금 현실의 위기 상황에 관한 의식을 촉발시킨다.



 


<밤이면 밤마다 밤섬>은 프린지 페스티벌 자체가 갖는 고유한 특징을 납작하게 수용하지 않고 활용해내면서도, 팝업북 연극과 거리 예술의 문법을 지켜내며 관객에게 울림을 전달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보인다. 달리 말하면, 프린지 페스티벌이 아티스트에게 필연적으로 부여할 수밖에 제약을 뛰어넘어선 작품인 것이다. 페스티벌의 성질을 해체하거나 적극 활용하는 등 틀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과정에서, 공통적 뼈대를 갖춘 작품들과 주제 내지는 주제를 표현하는 방식에서 차별점을 그려내기도 한다. 무용, 움직임, 팝업북, 음악 등 여러 장르를 거리 예술과 생명종의 순수함 하에 난잡하지 않게 담아내면서 말이다. 가상의 공간과 현실의 공간이 혼합되는 체험 속에서 순수한 움직임만을 포착하는 것으로도 때로는 거대한 울림을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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