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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스트 리뷰_프린지ING] 다이빙라인 <시선 ver.4> by솔나

seoulfringe2021-10-1923

 

 

 

 

 

<시선 ver.4>는 희곡 <안티고네>의 한 장면을 네 명의 연출가의 시선으로 해석하여 네 가지 버전의 무대를 보여준 실험극이었다. 객석 의자 위에는 네 연출가 그로토프스키, 미카엘 체홉, 박탄고프, 우타 하겐의 각각의 연출 방향과 배우 훈련법에 대한 설명문과 설문지가 놓여있었다. 관객은 네 가지의 무대를 보고 각각의 연출에 대한 질문들에 답해야 한다.

 

나는 모두 처음 들어보는 연출가들이었고 그들의 이론도 접해본 적이 없었다. 종이에 적힌 생소한 내용이 처음엔 조금 당황스러웠고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움츠러들기도 했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하자 영상에 귀여운 3D 이모티콘 다라가 등장해 <안티고네>와 각각의 연출가의 이론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어 마음을 열고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각각의 무대 사이의 설문 시간에는 전 무대와 어울리는 분위기의 음악을 틀어주는 것도 흥미로웠다. 남자 캐릭터인 크레온과 파수꾼 역을 모두 여자배우들이 소화하는 것도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공연은 우타 하겐, 미카엘 체홉, 박탄고프, 그로토프스키 순으로 각 연출가의 시선으로 해석한 무대가 진행되었다. 공연이 진행될수록 사실적이고 고전적인 연출에서 상징적이고 자극적이고 현대적인 연출로 넘어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같은 장면이어도 연출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의 무대가 탄생했다. 글로 읽기만 했을 때는 모호하고 추상적으로만 느껴졌던 이론들이 무대에서 배우들의 구체적인 연기로 나타나고 그 부분들을 포착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연출에 대한 사전 지식이 거의 없었음에도 충분히 공연을 이해하며 즐길 수 있었다.

 

우타 하겐

 

우타 하겐의 시선으로 연출한 무대는 우리에게 익숙한 연극의 형식으로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와 상황을 친절하게 전달해주었다. 배우들의 작은 손동작이나 발걸음 등의 신체적 행동을 영상으로 따로 확대하여 보여주어 연출의 의도를 잘 파악할 수 있었다.

 

 

미카엘 체홉

 

미카엘 체홉의 시선으로 연출한 무대에서는 우타 하겐의 신체적 행동보다 비교적 크고 과장된 행동인 심리제스처를 활용했다. ‘신체적 행동보다 쉽게 눈에 띄어 더 알아채기 쉬웠다. 손가락질이나 머리 넘기기 등의 제스처를 반복하여 표현하며 인물 내면의 감정을 더 강하게 표출하는 느낌을 받았다.

 

 

박탄고프

 

박탄고프의 시선으로 연출한 무대는 대본을 많이 수정하고 음향과 조명, 영상, 소품 등의 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다양한 감각들이 깨어나는 것을 느꼈고 무엇보다 무대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효과들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입체적으로 느껴졌고 환상적인 분위기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토프스키

 

그로토프스키의 시선으로 연출한 무대는 대사 없이 오로지 움직임과 호흡, 표정으로 채워졌다. 배우들은 배역의 캐릭터를 나타내주는 의상도 없이 모두 같은 검은 옷을 입고 등장해 무대 시작 전 명상을 통해 비어있는 상태에 이르렀다. 행동하는 사람 악튀앙으로서 온몸의 감각을 끄집어내어 인물들 사이의 갈등을 표현했는데 마치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 간의 힘겨루기처럼 느껴졌다.

 

 

총평

 

같은 대본을 두고도 어떤 방향으로 해석하고 나타내느냐에 따라 다른 공연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연출의 영향력을 실감함과 동시에 배우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각각의 연출을 따로 연구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배우들을 보면서 연출가 못지않게 인물과 작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싸운 흔적이 보였다. 어떤 연출 혹은 어떤 연기가 옳은지는 아무도 판단할 수 없지만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신만의 표현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이빙라인의 이번 공연이 그 과정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이라고 느꼈다.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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