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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스트 기획_색리뷰] 바디퍼커션그룹 녹녹 <에브리바디퍼커션> by. 이보다

seoulfringe2021-09-037

 

좀이 쑤실 땐!

 

무더운 여름 밤, 모기에 온 몸이 쥐뜯기고 풀벌레들이 요란을 피워대도 사람들은 꿋꿋이 여름을 즐기는 법이다. 어디든 인산인해이고, 페스티벌은 매진되기 일쑤인데……올 해의 사정은 그리 녹록치 않다. 그렇다고 집 안에 틀어박혀 있기에는 좀이 쑤셔 못 견뎌, 프린지 페스티벌의 인디스트가 되었다.

사람의 몸에서 그렇게 다양한 소리가 날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어렸을 때 박수나 발을 구르는 것으로 음악시간에 율동 비슷한 걸 해보기는 했지만, 그런 것들이 모이고 모여서 말로 할 수 없는 경쾌함을 만들어냈다. <녹녹>팀의 의상과 조명, 그리고 소품들까지 어우러져 공연장은 끝이 없는 밤하늘이 펼쳐진 사막으로 변했다. 한바탕 더운 여름 낮을 보내고, 이제 조금 선선해질 찰나 <녹녹>은 다시 한 번 불을 붙였다. 캠프파이어를 하듯이 모두가 즐거운 표정으로 음악을 만들고, 또 느끼고 있었다. 그 음악에 함께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손바닥이 새빨개질 때까지 박수를 친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나를 향해 독려하는 표정을 지어주시고, 별 거 아닌 동작에도 큰 칭찬과 박수를 아끼지 않아주셨던 <녹녹>팀의 능숙한 조련 덕분이었다.

이걸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더라면, 더욱 즐거웠을 텐데. 아니, 내 중고등학생 시절 수련회에서 <녹녹>팀을 만났더라면 둘째 날 밤의 캠프파이어가 그렇게 지루하고 괴롭진 않았을 텐데. 이건 그냥 이제야 <녹녹>의 바디퍼커션을 보게 된 나의 아쉬움이 담긴 푸념이다.

공연이 끝나고 많은 생각이 들게 한 팀은 많았다. 하지만 많은 생각을 날려준 팀은 <녹녹>이 유일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대부분 나는 잊기 전에 소감을 적거나 아니면 내일 당장의 마감을 걱정하기 바빴는데 이 공연을 보고 집으로 오는 길에는 멍하니 차창에 머리를 기댄 채 한가로이 밤거리나 구경했다. 달아오른 기분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고, 그 날 밤 잠들기 직전까지 여운에 휩싸이며 혼자서 비루한 실력으로 바디퍼커션을 시도해보기도 했다.

처음에는 관객참여형 공연이라길래 조금 부담스럽지 않을까 걱정을 했던 게 무색했다. 그들은 우리의 단순한 박자 위로, 각자의 소리를 얹어 수준급의 조화로운 음악퍼포먼스를 만들어 낸다. 혹시라도 <녹녹>팀의 공연이 어떤지 궁금해 이 리뷰를 읽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걱정하지 말고 꼭 한 번 참여해보라고 하고 싶다.

<녹녹>의 에브리바디퍼커션은 내가 관람한 마지막 공연이었다. 그리고 그건 완벽하게 나의 2021 여름밤을 장식해주었다. 화려한 불꽃놀이도, 맛있는 바베큐도, 시원한 수영장도 없었지만 최고의 피서였고, 페스티벌이었으며, 야영이었다. 어떤 공연을 보든지 나는 종종 현실을 떠올리곤 한다. 그건 내가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실존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현실에 몰입을 방해받을 때에도, 나는 의도적으로 그것들을 떨쳐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 공연에선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정확하게는 그런 것들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난 그저 그들이 만들어낸 어떤 세계에 잠시 들어갔다가 나오기만 하면 되었다. 그들은 그 세계의 방문객인 나를 열렬히 환영해주었고, 기쁘게 함께 어울렸으며, 쾌활한 작별인사를 마지막으로 보내주었다. 그들이 좀 원망스러운 게 있다면 이미 들떠버릴 대로 들떠버린 내 마음을 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질척거리고 싶었던 공연이었다.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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