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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스트 기획_색리뷰] 황유택,채종혁,신용희,김일경 by. 루시

seoulfringe2021-09-0317

 

 

나는 어떻게 내가 되었을까. 나를 만드는 건 과연 일까? 그것이 아니라면 내가 를 만들 수는 없을까?

 

우리 자신을 구성하는 것 중에서 우리 스스로 선택해서 만든 것은 그리 크지 않다.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것들은 우리의 많은 부분을 만든다. 우리는 스스로 원하는 자기 모습에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러한 시도는 꽤 자주 실패한다. 예측할 수 없는 범주 속에, 그리고 이미 우리가 정하기도 전에 정해져 버린 것에 세상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황유택, 채종혁, 신용희 김일경의 는 잠시나마 내가 나를 만드는 경험을 선사한다. Initiative는 자주성을 의미한다. 자주적인 1층의 전시장에서 목소리를 낸다. 나의 소리는 전시장 곳곳을 돌고서는 스피커로 나온다. 내가 차곡차곡 쌓일수록 그것은 휘발된다. 소리는 점점 흐려지고 옅어진다. 1층 전시장의 분위기는 어쩐지 으스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것은 왜인지, 날아가는 나의 목소리와 닮아있다. 기존의 나를 지우는 일은 분명히 강한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조금은 무서운 경험이다.

 

계단을 올라가면 있는 두 번째 공간은 반대로 휘발되었던 것 그 위로 차곡차곡 쌓는 과정이다. 블록을 쌓듯이. 돌아가는 막대 위로 레고를 붙인다. 내가 레고를 어떻게 붙이냐에 따라서 음은 달라진다. 버튼을 눌러 비트를 만든다. 누구도 같은 소리를 낼 수 없다. 우리는 자유롭게 버튼을 누르고, 속도를 조절하고, 블록을 쌓는다. 어떤 소리가 나올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어떤 반복 속에서 우리는 블록을 더하기로 하고, 비트를 쌓기로 한다.

그것은 모두 Initiative, 자주성에서 탄생한다. 우리는 수없이 소리를 실험하고는, 그 소리를 그 자리에 두고 내려온다. 블록을 모두 무너뜨리고 내려오더라도, 그것은 내가 선택해 만든 소리다. 아마도 내가 모르는 타인은, 내가 자주적으로 만들어낸 소리를 듣고 오로지 나로서의 나를 보았을 것이다. 전시장이라는 작은 세상에서 나를 만드는 나는 시간 속에 살아있다. 이 반복 속에서 내가 만든 나는 타인을 만날 것이고, 그 타인은 다시 또 타인 그 자신을 만드는 경험을 할 것이다. 혹여 관객이 어떠한 조작을 하지 않았더라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타인이 남긴 소리를 만나는 경험이면서도 어떠한 것도 하지 않기로 내가 자주적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황유택, 채종혁, 신용희, 김일경의 전시 Ini-tia-tive 는 관객으로부터 마침내 완성된다. 이 관객에게서 오는 완성에는 관객이 직접 소리를 내고, 테이프에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하는 행위, 블록을 조립하고 버튼을 눌러 음과 비트를 만드는 행위와 관객이 그것에서 만들어내는 의미까지 포함한다. 전시는 두 공간에서 완성된다. 관객이 만드는 플랫폼 팜파의 전시장, 그리고 관객에게 있는 생각의 공간에서다. 이 두 가지 공간은 관객 각각에게 서로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전시장 바깥의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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