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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스트 기획_공연일기] 살미세아 <숫> by잉북

seoulfringe2021-08-2817

 

<> 살미세아

by. 잉북

 

모태솔로가 주인공인 모태 솔로 이야기

 

내가 접했던 모태솔로를 소재로 하는 콘텐츠의 결말은 대부분 탈출이었다. 모태솔로로 살던 주인공에게도 곁에 끌리는 이성이 나타나고 그들을 둘러싼 기막힌 우연들이 쌓여가는 동안 좌충우돌 사건 사고를 겪은 끝에 모솔탈출이라는 네 글자와 주인공의 행복한 웃음. 보통 그랬다. 조금 진부하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어도 이와 다른 결말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모태솔로로 시작해서 모태솔로 탈출로 끝나는 결말이 왜 그렇게나 당연했을까. 그런 면에서 작품 <>은 신선하면서 현실적이었고 동시에 유쾌했다. 모태솔로에겐 특별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둥 문제가 있을 거라는 둥 장난으로 포장한 조롱을 일삼는 사람들이나 알게 모르게 모태솔로의 결말을 단정 짓는 사람들에게 진짜 현실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모태솔로라고 해서 다를 것도 없다는 것, 실은 특별한 것도 없고 당신들이 은근히 기대하던 문제같은 것도 없다는 것. 뭘 기대한거야? 김샜어? 큭큭. 이렇게 말하는 느낌이랄까.

 

여러 배우가 연기하지만 모두 한 사람을 연기하고 한 사람의 연대기를 보여준다. 어떤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서술함과 동시에 인물의 속마음을 다양하게 인물화해서 풀어내기도 한다. 극을 풀어내는 방법이 굉장히 자유분방하다고 느껴졌지만 헷갈리거나 정신없지 않았고 활용도가 높게 느껴졌다. 풍부하게 느껴져 오히려 더 즐겁게 볼 수 있었다. 극의 내용 상에서는 매우 현실적인 상황들이 이어졌지만 전반적으로 유쾌함이 감돌았다. 극도로 현실적인 내용을 덜 쓰리도록 최대한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 겪을 만한 그래서 상처 받았던, 상황들을 덜 아프게 떠올릴 수 있게 해주는 다정한 유쾌함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이 극은 모태솔로에 대한 편견을 갖지 말라, 조롱하지 말라, 라고 지적하는 내용이 아니다. 연애가 나쁘다는 것도 아니고 솔로가 옳다! 주장하는 내용도 더더욱 아니다. 그저 모태솔로가 들려주는 한 사람의 이야기일 뿐이다. 연애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하고 연애 상대에 대한 약간의 기대도 있지만 그렇다고 연애를 못하고 있는 내가 싫은 것도 아니고 연애에 목매는 게 딱히 맞는 것 같지도 않고,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실은 그냥 어쩌다 보니 모태솔로라는 타이틀을 획득한 그런 상태에 대한 이야기.

나 또한 그저 한 사람 얘기를 한참 즐겁게 듣고 마침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기분 좋게 일어선 기분이다. 일어서는 나에게 마지막으로, 그냥 살아가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나를 상상하면서 나를 사랑하면서 당당하게 살아가면 된다.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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