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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스트 기획_색리뷰] 민수민정 <남겨진 것들을 사랑하기로 해> by. 루시

seoulfringe2021-08-1847

 


 

 

파도처럼 밀려오는 것들이 있다. 파도같은 사람, 사랑, , 마음, 기억. 우리가 선택한 일에는 선택하지 않은 것들이 쫓아오고, 선택하지 않기로 선택했음에도 따라오는 것은 밀려온다. 우리의 일부를 상처 내고, 깨트리기도 한다. 그것은 파편과 잔해로 남는다.

 

민수민정의 전시와 퍼포먼스 남겨진 것들을 사랑하기로 해는 그러한 파편과 잔해, 그리고 사랑에 대한 편지를 파란 잉크로 꼭꼭 눌러 적어 내려갔다. 눈이 시리게 파란 복도를 지나 만난 하얀색 벽과 이야기, 그 너머에는 남겨진 것들이 작은 빛을 반짝이며 쏟아내고 있다. 어느 축제의 아이디 카드, 베니스의 씨 글라스, 잔해 위에 이상하게 밝혀져 있는 서른과 빛을 모으는 작은 등. 오브제들은 어떤 슬픈 파도가 남긴 것 중에서 아주 작은 것이지만, 기억하기에는 충분히 버거울 만큼 커다랄지도 모른다.

 

그리고 잔상이 쏟아진다. 동그란 자개에 잔상이 얽혀 끝없이 엮어져 있다. 그 위로 일렁이는 빛이 쏟아진다. 빛은 자개들 사이로 통과해 또 다른 잔상을 남긴다. 작품의 뒤쪽에서 빛을 마주한다. 고요한 이 공간에는 음악이 들린다. 음악은 자동응답기의 메시지로 시작한다. 공간에서 빛을 맞으며 동그란 자개 사이의 바깥을 바라보면 희미한 잔상처럼 바깥이 보인다. 바깥으로부터 떠나온 것 같다고 생각한다. 바깥의 것들이 남아있는 것 같다. 남겨진 것들은 분명하게 볼수록 아프기에 우리가 자주 울어 흐리게 보는 것처럼, 바깥은 울먹이는 이미지로 보인다. 그러나 어쩐지 아름답다. 그리고 꼭 왜인지, 반대로 이 공간에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무도 열어보지 않는 음성사서함에 목소리를 남기는 것 같다. 반복되는 음은 나의 우주에 있는 것 같은, 아니 나의 우주의 홀로 선 것 같은 기분이다. 반짝이는 빛의 동그란 그림자 뒤에서, 그림자는 우주가 된다. 떠나온 것과 남겨진 것 사이 경계에 우리는 서 있다.

 

그러나 우리는 미운 것에는 편지를 쓰지 않는다. Dear, 이라고 다정한 칭호를 붙이기 위해 무수한 미움과 슬픔을 지나와야 한다. 친애하는, 으로 시작되는 편지를 읽고, 파편과 잔해를 마주한다. 그리고 노래를 한다. 어느 영화제와 서른을, 베니스와 취침 등을 마주한다. 우리는 사랑하는 것에게 편지를 쓴다. ‘눈물에 젖고 마르기를 반복하면서도 이야기를 한다.

 

사랑했지만 아파 남겨둘 수밖에 없었던 것, 사랑했기에 남겨둘 수밖에 없었던 것, 남겨져 사랑할 수 있었던 것, 남겨진 것에서, 남겨진 나에게서 사랑이 시작되는 것.

남겨진 것에 편지를 쓰는 것은 우는 새벽에 그래도, 사랑을 쓰는 일이 아닐까.

 

이제 그 파도가 남긴 우리의 파편과 잔해는 하얀 모래 속에 숨어서 반짝이고 있다. 날카로움은 시간에 쓸려 곡선이 되고 반짝인다. 여전히 날카로운 어느 조각과 아직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아픔은 새벽에 우리를 깨워 서럽게 만들 테지만, “행복이라 할 순 없지만 그대로도 아름다웠다 말해줘라는 마지막 곡의 마지막 가사처럼, 우리는 슬프지만 어쩌면 아름다울지도 모를 내일을 기다리며 잠이 들 것이다. 남겨진 것들을 사랑하면서.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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