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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스트 기획_공연일기] 글리쳐스 <자가당착> by 죠니

seoulfringe2021-08-1476




글리쳐스 <자가당착>
공간을 들어서자 마주하는 6개의 얼굴. 청소년으로 보이는 앳된 아이부터 연세 지긋한 노인까지. 돈 주머니를 쥐고 있는 내가 다가가자 그들은 저마다의 사정을 대며 구걸을 한다. 그들의 실제 처지는 알 길이 없으므로 가장 간절해보이는 사람에게 기부하기로 했다. 고심 끝에 학생 앞에 놓인 저금통에 돈을 넣자 주변에 있던 이들이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나머지에게는 베풀어주지 않았다는 댓가로 쏟아지는 원망과 애원의 말들을 감당해야 했다. 구걸하는 이들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점점 환멸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공간에 있는 모두가 자가에 당착하고 말았다. 피곤한 상황에서 벗어나 이들이 진실을 말하는 방에 들어갔다. 가정폭력을 당하는 이부터 실제로는 잘 산다고 했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이까지 저마다의 사정이 있었다. 진실을 들어도 더 혼란해질 뿐이었다. 그리고 방을 나와 다시 여섯 사람에게 둘러싸여 생각했다. 진실을 알게 된다고 한 들 나는 이들에게 다시 우호적일 수 있을까? 남은 동전을 골고루 다 털어넣고 나오며 살면서 내가 직면했던 기로의 순간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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