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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초침소리의 굴레_씨밀레 프로젝트_ 홍시

seoulfringe2016-07-30469

초침소리의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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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은 관객의 입에서 나온 똑딱 소리로 시작해서, 주인공의 입에서 나온 똑딱 소리로 막을 내립니다.


내가 만들지 못하는 나의 일상

어떠한 변주도 없이 무한히 반복되는 초침소리는 주인공의 일상을 닮아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집을 나서고, 지하철에 오르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다시 지하철에 오르고, 집에 오고, 잠을 자고.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길을, 같은 방향으로 돌고 돕니다. 삶을 살아간다기보다는 그저 일과의 패턴에 몸을 묻고 시류에 따라 흘러갈 뿐입니다. 그의 의지와 무관하게 만들어진 이 템포가 그의 일상이 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일상의 템포는 지루하고 고루하기만 합니다. 주인공은 하루하루를 반복되는 일상에 침몰된 체 살아갑니다. 하늘을 바라보며 사노라면 언젠가는 해 뜰 날이 오겠지라는 위로로 새로운 전환을 결심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변하는 것은 없었습니다. ‘가 만든 의 일상이 아니기에 분열적 감정에 휩싸이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진정한 를 찾기 위한 일탈을 감행하게 됩니다. 그러나 세상은, 소위 상식이라 불리는 것들에서 조금만 어긋나면 반드시 그 틀 안에 욱여넣어야 하는 강박증에 사로잡혔나 봅니다.


그가 몰매를 맞는 이유?

무미건조한 반복에 주인공은 일탈을 가미합니다. 사물의 이름을 바꿔 부르고 옷을 거꾸로 입고 문장을 뒤집어 말하며 순수한 즐거움을 만끽합니다. 그 순간 호루라기소리가 들리고, 관객들은 주인공을 향해 종이뭉치를 던집니다. 마치 규칙을 어긴 선수를 힐난하는 돌팔매 같습니다. 주인공은 사방으로 날아온 종이뭉치를 맞으며 괴로워하고, 네모난 방은 순식간에 난잡해집니다. 그가 잘못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의 행동은 과연 몰매를 맞을 만한 것이었을까요? 그는 순전히 자신이 느끼는 즐거움을 찾았을 뿐인데 말입니다

 

 

 

 

 

온전한 나의 영역, 그리고 나

의 무대는 입니다. 관객의 앞에 놓인 네모난 공간은 주인공의 방이 됩니다. ‘나의 방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가장 내밀하고 개인적인 영역이자, 세상을 통틀어 유일하게 나 그대로가 허용되는 곳입니다. 가구의 배치 하나하나에 주인의 일상이 깃들어있고 주인의 숨결이 묻어있습니다. 그런데 에서는 진짜 가 허용되는 유일한 공간마저도 관객들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심지어는 관객들에게 사방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규격화된 템포를 깨고 일탈을 하면 방을 둘러싼 사람들에게 종이뭉치를 맞습니다. 그리고 나를 둘러싼 시선과 그 시선이 던지는 몰매에 의해 나의 영역은 헝클어지고 점차 좁아집니다. ‘내 방을 은유적으로 확장한다면 곧 나 자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사회가 들이대는 엄중한 잣대들, 견고한 프레임은 개인의 특성을 억누르고 이상한 것으로 만듭니다. 주인공은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점차 내가 온전히 일 수 있는 영역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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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몰매를 맞고 난 후, 주인공은 축 처진 어깨로 다시 정장을 바르게 갖추어 입습니다. 주인공의 어깨에 올라가는 검은 양복과 허리를 죄는 벨트가 더욱 무거워보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주인공은 객석으로 가 관중의 한 사람이 되어 똑딱 소리를 냅니다. 결국 그의 방을 둘러싼 시선의 압박과 몰매로부터 피하려면, 그 또한 그와 같은 존재들을 무대 위의 특이한 존재로 만들었던 그 시선들에 합류하여야 합니다. 스스로를 다시 초침소리에 가두는 격입니다. 해방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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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으로 높이 뛰어올라가 하늘을 바라보던 주인공의 뒷모습을 기억합니다. 하늘 앞에 서서 손을 뻗는 그의 모습에서 영화 <트루먼 쇼>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의 주인공도 트루먼처럼 문을 열고 나가기를 바랐지만, 결국에는 객석에 합석하는 그 모습을 보며 울적해졌습니다. 내가 던진 종이 뭉치가 그를 다시 침몰시킨 것 같았습니다.

생각이 많아집니다. ‘다른존재를 튀어나온 실밥처럼 불편한 존재로 보는 시선들이 가 나로서 서있을 수 있는 나의 영역을 좁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내 방을 꿈꾸는 것조차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누군가가 그의 방을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돌을 던져오지는 않았던가, 오늘 내가 주인공을 향해 종이뭉치를 던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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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끝이 났지만 초침 소리는 지금도 계속 가고 있습니다.

 


 

 

 

 

 

첨부
씨밀레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