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에코프린지 워크숍 후기

seoulfringe2023-04-0312

작품의 친환경 제작방식을 위해

글쓴이 쿄

 

2021년, 프린지 사무국은 <인류세에 대처하는 예술가이드>라는 제목의 프로젝트로 축제가 배출하는 쓰레기(종이, 현수막/배너, 음식물, 일반쓰레기)를 줄이거나 대체하는 다양한 활동을 했다. 이 프로젝트의 후속작업으로 사무국의 쿄가 예술계에서 기후위기 주제로 활동하는 동료들과 함께 영국의 극장들이 만든 ‘씨어터 그린 북(The Theatre Green Book)’을 번역하고 이를 한국의 공연예술 현장에 적용시켜보는 연구모임에 참여했다.

 

씨어터 그린 북을 번역하고 나서, 작품 제작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작과정에 실제로 적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던 참에 2022년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예술가들과 2022 에코프린지 워크숍을 진행하게 되었다.

워크숍은 씨어터 그린 북을 함께 번역한 모임 ‘오늘부터 [ ]’과 함께 기획하고 진행했다. 이번에 진행한 워크숍은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진 지 얼마되지 않았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내용들로 구성해보고자 했다.

 



워크숍

6월의 끝자락, 프린지 아티스트 7팀(20명)과 함께 이틀에 걸쳐 5시간씩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워크숍은 참여 예술가의 작업과 기후위기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기후위기에 예술가가 대응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 존재하는 장벽, 소통해야 할 대상에 대해 사전에 공유된 질문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예술작업과정 안에서도 기후위기 문제의 심각성과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는 예술가들이 많다는 점이 놀랍기도 했고, 그 안에서 희망을 엿보기도 했다.



이후에는 모두가 씨어터 그린 북을 소리내어 함께 읽었다. 당연히 여겨지는 말들을 소리내어 입 밖으로 뱉는 행위가 갖는 힘을 믿으며, 씨어터 그린 북의 대원칙을 함께 읽고, 실천가능한 여러 방식과 관련된 여러가지 사례들을 공유했다. 아래는 씨어터 그린 북을 함께 읽으며 우리가 나눴던 이야기들을 정리한 것이다.

 

1. 예술의 힘을 믿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예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질문해야 한다. 우리의 삶과 기후위기와 관련된 과학적 사실을 연결시켜줄 수 있는 것은 예술이다.

 

2. 나와 내 동료들의 가능성 믿기

그동안의 작업과정에서 존재했던 ‘관성’에 대해 질문한다.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것들을 하나씩 의심하고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무조건 된다, 안 된다가 아닌 ‘어떻게?’를 질문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 시간, 시간이다. 제작과정을 친환경으로 전환하려면 제작에 투자하던 시간과 비용을 사람에 투자하는 등 제작과정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작품을 제작해야 한다.

우리 주변을 둘러본다. 기후위기는 불평등, 노동, 젠더, 다양성 등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것, 또 각자가 알고 있는 정보를 꾸준히 교류해야 한다.

 

3. 절망하지 않고 버티기

모든 것을 한 번에 바꾸려고 하려다가 지치지 말고, ‘나는 누구와 대화할 것인가?’를 정해놓고 지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채식지향,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세트와 소품 공유하기 등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자. 물론 우리의 시도는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왜 실패했는 지를 파악하고 실패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중요하다.

 

워크숍 이후

워크숍 이후 반가운 소식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12명이나 되는 팀원들이 모두 워크숍에 참여했던 ‘보노보 프로젝트’는 팀 내에서 탄소배출저감을 위한 체크리스트를 제작했고, ‘낫아이’ 역시 기후위기 스터디와 체크리스트 제작을 진행했다고 한다. ‘박웅’님 또한 축제 웹사이트에 올라가는 작품소개에 세트제작 및 운송, 쓰레기 분리배출 및 폐기, 작품발표공간 간 이동 등에 대해 작업자가 시도하는 부분을 기재하여 작품을 보러 오는 관객에게도 함께 환경을 위한 실천을 할 것을 요청했다.

이후 기존에 이미 오래 활동을 해오던 작업자들과 워크숍을 진행했을 때 에코프린지 워크숍이 특히 의미있다고 생각되었던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었다. 프린지는 변화가 빠르다는 것. 소규모 작업을 주로 하는 아티스트나 창작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은 신생팀들은 제작과정에서의 관성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티스트의 의지가 있다면 변화가 빠를 수밖에 없다. 프린지에 참여했던 팀들만 제작과정을 조금만 바꿔도 이후 우리나라 공연예술계의 제작과정이 많이 바뀌어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품게 했던 워크숍이었다.

 

우리는 친환경제작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 가기로 했다. 축제 중에는 팀의 체크리스트를 지켜가며 작품을 제작하는 것에 어떤 장벽들이 있었는지 나누고, 축제 이후에는 이 시도를 스스로 평가해보고 더 발전시키기 위한 공유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이 팀들의 시도가 꼭 빛을 보기를, 간절히 바라고 응원한다.

 

※ 기후위기 극복 실천과는 별개로,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2에는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있다. 낫아이 <인류세>, 보노보 프로젝트 <우리가 남기는 흔적의 문양들>, 큐빅 <프랙탈:큐빅박스>가 그러하며, 자세한 작품정보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웹사이트에서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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