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7
신기루 같은 뜻밖의 여행, 프린지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7월 여름, 월드컵경기장 문이 열리면 일상과는 다른 특별한 공간을 만나게 됩니다.
경기장은 무대가 되고 예술은 새롭게 다가갑니다.

자유로움과 예술적 경험을 만끽하게 될 4일간의 축제.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7
지금, 내 안의 ‘예술'을 찾아가는 프린지로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일시 : 2017. 7. 19 (수)~ 7.22(토)
장소 : 서울월드컵경기장 일대
프로그램
자유참가프로그램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지는 <독립예술제>

기획프로그램

프린지로 떠나는 여행
<SNS 개막 퍼포먼스 - Way To Fringe>
안녕, 스무 번째 프린지
<프린지와 안녕하세는 20가지 방법>
그때 그 프린지를 기억해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아카이브 전시 : 1998~2017>
경기장 공간탐구 창작레지던시<프린지빌리지>
독립예술집담회 7th ‘독립예술, 앞으로 어떻게 할거니?’
with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소규모 예술수다 <올모스트프린지 : 마이크로포럼>
당신을 기다리는 특별한 선물 <예술워크숍 : 여행자의 동굴>
프린지 네트워킹 프로그램 <프리지 속 네 가지 색깔>
인형 엄마 엄정애의 인형극워크숍 <가방 속 이야기>

부대프로그램

서울 곳곳에서 미리 만나는 <팝업프린지>
먹고, 마시고, 놀자 <프린지클럽>
아티스트와 함께 <관객과의 대화>
올해도 고마워요 <후원의 밤 - 한여름 밤의 프린지>
잘했어, 수고했어! <프린지애프터파티>

[주최]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운영위원회, 서울프린지네트워크
[후원] 마포구, 서울문화재단, 서울시설공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Way To 프린지
북회귀선 (北回歸線, Tropic of Cancer, 23° 26′ 16″N)

몇 시간 전에 떠나온 거기는 지금 한밤중 일 텐데, 여기는 아직 해가 천정(天頂, zenith)에 있다. 그러고 보니 이맘 때 쯤이 하지(夏至, summer solstice)다. 결국, 거기에서 도망치 듯 떠나 온 여기도 태양을 피하기는 어렵다. 약간 드리워진 건물들의 그림자로부터 위안을 받아야할 처지다. 집에서 꼼꼼히 챙겨온 짐 가방을 분실한 것이 짜증스럽다. 갈아입을 속옷도, 허기를 채워 줄 초콜릿도, 집에 돌아갈 티켓도 짐 가방 안에 모두 들어있다. 터미널 직원에게 연락처를 남겨두긴 했지만, 주변 사람들 말로는 기대하지 말란다. 다행히 지도는 주머니에 있다. 덩그러니 서 있는 이정표 앞에서 지도를 펼친다. 그리고 가방을 들고 있어야할 손이 심심해 뭐라도 집어 들었다. 대충 가지치기를 하고 세우니 배꼽 높이다. 지팡이. 새로운 출발을 선언하듯 나무 지팡이를 바닥에 탕!탕!탕! 두드린다. 지금, 여기 한 점. 37°34′9″N, 126°53′51″E, 한 때. 37시 28분. 짜증나고 당황스럽지만 어쨌든 여행의 시작이다. 왼쪽, 오른쪽. 어디든 좋으니 빨리 결정해 움직여야한다. 습관적으로 왼발이 앞선다.

저명한 과학잡지 ‘SCIENCE TODAY’에 따르면 온실가스(greenhouse gases, 이산화탄소(CO2), 메테인(CH4), 아산화질소(N2O), 수화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불화유황(SF6))가 지구의 복사열(輻射熱,radiation)을 지나치게 많이 흡수하면서 지구중심의 온도를 5200°C까지 급격히 상승시켰다. 이에 기화(氣化, vaporization)된 바닷물의 수증기는 오존층(ozone layer)의 구멍들 사이로 빠져나가 지구질량의 1/3이 줄었고, 북극성(北極星, Polaris)과 지구에 작용하는 인력(引力, attractive force)은 약해졌다. 그 결과, 지구의 위치는 기존의 가상 중심선이었던 적도(赤道, equator)로부터 30°가량 상승이동 하였다. 여기에 더해 다수의 인구가 평행성(平行星, parallel planet)인 Fringe-2017로 이주한 탓에 지구의 질량이 줄었다는 설도 존재한다. 하여간 위도(緯度,latitude)와 경도(經度,longitude)라는 가상의 선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현재. 모든 나라는 기존의 경도(經度, longitude)에 따른 시차를 적용하지 않고, 각자의 기준시(基準時,base period)를 사용한다. 본초 자오선(本初子午線, prime meridian)을 새롭게 결정하는 G136회의가 214일째 열리고는 있지만, 세계의 기준이 되고 싶은 저마다의 욕망이 뒤엉켜 언제 결론이 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각 나라는 자신들의 고유한 시간, 즉, 기준시(基準時,base period)를 갖게 되었고 누구라도 자신의 시간을 주장할 수 있는 명목이 생겼다. 과거의 중국처럼. 이제 더 이상 어둠과 태양은 시간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 지구의 위치이동에 따른 환경적 변화와 함께 사회적 변화도 찾아왔다. 바닷물이 마르고 떠오른 아틀란티스(Atlantis)의 신화적 사회, 정치제도가 세계에 자리 잡았고, 아마존이 사막화(砂漠化, desertification)되자 일루미나티(Illuminati)가 정글에 숨겨두었던 마야(Maya)의 황금 도시 시우다드 블랑카(Ciudad Blanca)의 실체가 드러났다. 덕분에 황금의 공급이 무한대로 늘어나 황금은 돌멩이가, 돌멩이는 황금이 되었다. 이즈음 버뮤다 삼각지대(Bermuda Triangle)에 건설된 인공의 섬은 Fringe-2017과의 교역의 요지(要衝地)가 되었다.

바다, 파라다이스 (Paradise)

가로로 나열된 회색 기둥들을 지나니 눈이 시리다. 세로로 선 회색의 바다에 반사된 태양빛이 눈을 어지럽혀 졸음을 쫓아낸다. 세로로 닥치는 파도는 빛의 블라인드. CLUB Waikiki, Santa Barbara CAFE, Miami RECORDS, MOTEL?Okinawa, Sicilia PIZZA, SUNSET Boracay, TANGO Punta del Este, SUSHI Rio De Janeiro, BAR Havana. 문 닫힌 가게의 빈 간판들이 세계를 향해 있는 이곳은 파라다이스! 지금, 여기 한 점. 37°34′4″N, 126°53′55E, 한 때. 41시 69분. 지지 않는 태양이 형광 얌체공이 튀듯 수평선에서 리드미컬하게 다시 튀어 오른다. 회색의 바다습기에 온 몸이 젖는다. 스모그에 그을려 따가운 팔뚝과 옷에 베인 땀 냄새를 진정시키려 언덕의 그림자에 숨는다. 태양이 고도를 높일수록 불쾌지수는 높아진다. 짜증스러운 마음에 손에 쥐어진 애먼 지팡이를 땅에 탕!탕!탕! 내리친다.

태양, 샹그릴라 (SHANGRI-LA)

회색의 바다를 등지니 남쪽으로 기운 언덕의 모서리가 시원하다. 삼각 모서리로 둘러싸인 분지(盆地, Basin)의 매점 샹그릴라(SHANGRI-LA) 앞에서 유명 아웃도어를 입은 열 너 댓의 무리가 보인다. North Face, Sherpa, K2, Black yak, Yeti, Machapuchare. 그리고 익숙한 한국말. 해가 뜨지 않는 한국을 떠나온 무리다. 지지 않는 태양을 보러온 모양이다. 오랜 시간 태양을 보지 못하는 한국인들은 대체로 비타민D가 부족해 뼈가 약하다. 아마도 태양을 보기위해 저 언덕의 모서리를 오르는 일은 그들에게 굉장한 끈기와 용기가 있어야 하는 모험일 것이다. 물론 비용도 꽤 비싸다. 가이드를 자처한 매점의 주인은 깃발을 들고 이리저리 흔들며 열심히 무언가를 설명하지만 다들 저 언덕 너머, 지지 않은 태양에 가까워지는 모험에 흥분한 상태라서 삼삼오오(三三五五) 수다를 떨며 좀처럼 주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 앞을 지나다 눈이 마주친 무리의 한 사람은 잠시 멈칫하더니 본채만채 긴가민가하는 표정으로 떨던 수다를 마저 떤다. 회색 바다에 반사된 태양 빛과 두터운 스모그에 그을린 검은 피부 탓인지 몰라도 같은 나라사람으로 보지 않는 듯하다. 낯선 여행지에서 낯익은 언어, 사람을 마주치는 것이 왠지 달갑지 않은 기분이 들어 그 한국인에게서 애써 눈을 피한다. 애써 안녕을 묻지 않는다. 모험에 관해 이런저런 안내를 마친 깃발 든 매점주인은 열 너 댓의 무리에게 기다란 초록열매를 나눠준다. 매점의 알바생처럼 보이는 이는 시키지 않아도 독립적으로 거든다. 5-2라고 불리는 초록열매는 긴 모험에 갈증을 해소해주는 유용한 음식이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모험의 중간 지점에서는 전설의 하늘상자(SKY BOX)를 어렴풋이 볼 수 있단다. 하늘상자(SKY BOX)는 13면체로 아무도 그 뚜껑을 열어보지 못한 신비의 상자이다. 분주히 흔들리는 깃발은 남쪽 언덕으로 향한다. 뒤로 한줄, 길게 늘어선 무리의 그림자가 점이되어 움직인다. 점. 점. 점… 그 점들 뒤로 지팡이의 그림자도 점이 되고. 지금, 여기 한 점. 37°34′1″N, 126°53′49″E, 한 때. 52시 71분. 매점 샹그릴라(SHANGRI-LA)에 남겨진 독립적인 알바생에게서 기다란 초록열매 5-2를 하나 건네받았다. 집을 떠나온 지 얼마가 지났을까. 이제 비몽사몽(非夢似夢)간에 샹그릴라(SHANGRI-LA)앞의 평상에 잠시 앉아 쉬어 본다.

저명한 과학잡지 ‘SCIENCE TODAY’에 따르면 지구의 자전축(自轉軸, axis of rotation)이 약 5° 더 기울어 약 28.5°가량 되었다. 질량이 줄어 기존의 가상 중심선인 적도(赤道, equator)로부터 30°가량 상승이동한 지구는 더욱 기울어진 자전축(自轉軸, axis of rotation)과 북극성(北極星, Polaris)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의 약화로 불규칙한 세차운동(歲差運動, precession)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마치 중심을 잃고 죽어가는 팽이의 몸부림과도 같았다. 불규칙해진 자전주기(自?周期,rotation period)는 지구의 공전궤도를 비틀어지게 하였으며, 간빙기(間氷期, Interglacial stage)와 빙하기(氷河期, glacial stage)의 주기는 매우 빨라졌고, 남극과 북극의 기후는 더욱 극화되었다. 결과적으로 남극 펭귄과 북극곰 간의 공간 이류현상(空間移流, space advection)을 발생 시켰다. 개체수가 많은 펭귄이 북극으로 이동하고, 개체수가 적은 북극곰이 남극으로 이동함에 따라 현재28.5° 기울어 있는 자전축(自轉軸, axis of rotation)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점점 더 기울어 가고 있다. 세계는 점점 더 비틀어져가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지나온 낮과 밤, 24시간, 365일, 12달과 같은 익숙한 삶의 주기를 벗어나는 일은 현 인류의 숙제가 된지 오래다.

사막, 오아시스 (Oasis)

5-2라는 기다란 초록열매 덕분에 갈증이 해소되고 다리에 부기가 빠지니 이제 좀 힘이 난다. 매점 샹그릴라(SHANGRI-LA)의 평상을 뒤로하고 손에 꼭 쥐어진 지팡이에 지지해서 몸을 일으킨다. 분지(盆地, Basin)를 에워싼 언덕을 빠져나오니 언덕의 모서리로부터 날아와 앉은 모래가 금빛으로 반짝인다. 바람결이 모래를 격자로 수놓는다. 사각의 모래밭. 잠시 사각의 금빛 모래를 밟아보고 싶어 신발을 벗었다. 너무 뜨겁다. 발자국에 흐트러진 격자의 경계가 바람결에 다시 반듯이 놓인다. 금빛 격자가 헝클어지지 않게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까치발로 절도 있게 걷는다. 왼발, 탕! 오른발, 탕! 깽깽이로 마구 뛰어도 본다. 잔뜩 신이 난 발놀림에 몸속 5-2의 수분은 다 증발해 버린다. 태양은 머리 위에서 나를 째려보고 있다. 미안한 척 고개를 숙이고 얌전히 걷기도 하고, 지팡이로 태양의 옆구리를 찔러도 봤지만, 태양의 마음은 쉬이 풀리지 않는다. 그런 태양을 고깝게 째려본다. 태양을 째려보느라 눈에 남은 흑색점이 점점 하얗게 반짝인다. 격자의 모래에 스며드는 은빛 오아시스(Oasis). 태양에 검게 그을린 뜨거운 물 한 잔이 메마른 몸에 퍼진다. 지금, 여기 한 점. 37°34′6″N, 126°53′46″E, 한 때. 62시 48분. 일식(日蝕, solar eclipse)처럼 흑점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은빛의 잔상들. 그 위에 노오란색 토끼 한 마리가 앉아서 말을 건다.

I am calling you
Can`t you hear me?
I am calling you

왼발 깽깽이 한발에 지팡이 탕! 폴짝. 오른발 깽깽이 한발에 지팡이 탕! 폴짝. 노오란색 토끼는 약 올리듯 거리를 좁혀주지 않는다. 오기가 생긴다. 깽깽이 두발에 지팡이 탕!탕! 폴짝폴짝. 태양은 아직도 삐져서 나를 째져보고 있다. 뜨거운 태양에 그을린 검은 물 한 잔이 온몸에 퍼진다. 은빛의 흑점이 동공 속으로 진입한다.

어둠, 토끼굴 (Rabbit hole)

은빛 흑점의 한가운데, 작아진 동공 속 어둠이다. 드디어 해가 진 건가? 뒤로는 하얀 구멍이, 앞으로는 노오란 토끼를 삼켜버린 검은 구멍이 있다. 하얀 구멍(White hole)과 검은 구멍(Black hole)의 사이. 이곳은 웜홀(Wormhole). 지금, 여기 한 점. 37°34′7″N, 126°53′47″E, 한 때. 68시 56분. 앞으로 나아갈지 뒤로 돌아갈지 결정해야 한다. 토끼굴(Rabbit hole)이 삼킨 발자국 소리와 지팡이 쿵!쿵!쿵! 소리가 통로에 울린다. 태양으로 타들어 가던 온몸의 털이 축축하게 얼어버린다. 긴장의 걸음이 다다른 지면에서는 은빛 흑점들이 하루살이처럼 뒤엉켜 날아다니다 지팡이 쿵! 소리에 재빨리 평행(平行)하게 도열하고, 하루살이의 길을 걷는다. 쿵!쿵!쿵! 등 뒤에 하얀 구멍은 점점 작아져 간다. 태양의 무덤.

‘네, 금방 가지러갈께요’

잃어버린 집 가방을 찾았단다. 시시콜콜한 이유야 어찌 되었든 짐 가방을 찾았으니 다행이다. 지친 마음에 걸음을 재촉한다. 어서 빨리 짐 가방을 찾아 땀에 찌든 옷을 갈아입고, 달달한 초콜렛 하나 먹으면 여한이 없겠다. 뒤로는 하얀 구멍의 잔상이 아직 남아 있지만, 점점 가까워져 가는 검은 구멍을 응시하며 걸어간다. 검은 구멍이 노랗게 변한다. 파랗게 변한다. 초록색으로 변하더니 금세 검붉게 변한다. 또다시 어두워진다. 닫힌 어둠의 문을 열고 나선다. 태양은 오간 데 없고, 하늘엔 희미하게 남은 북극성과 이름 모를 별들이 어스름하다. 파랑새 한 쌍이 달빛을 쫓아 푸드득 날아간다. 지금, 여기 한 점. 37°34′9″N, 126°53′51″E, 한 때. 72시 00분. 프린지. 끝.

태양의 무덤을 지나
달이 떠오르는 어둠의 72시
스무개의 답을 얻는 자
거대한 힘을 얻을 것이니
구하라 엑스칼리버

금을 구하는 자 돌멩이를 얻을 것이요
돌멩이를 구하는 자 금을 얻을 것이다.

크게 외쳐라
열려라 프린지
크게 휘둘러라
엑스칼리버

열려라 프린지
열려라 프린지
구하라 돌멩이

2017.06.27. 장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