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린지씨] 어느 울보 페미니스트의 하소연 - 연극집단 공외
seoulfringe2023-08-18661
일시 : 8월 12일 15시
진행 : 오프라인 홍보팀 짱히, 비평팀 숨
이번 린지씨는 아티스트와 인디스트의 대화 형식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숨 : 일단 공연 너무 잘 봤습니다. 저의 프린지 통틀어서 첫 공연이거든요. 이 공연이 저한테 첫 공연인데 좋은 인상을 남겨주신 것 같아서 좋았고요. 제가 제일 좋았던 점은 한 사람의 생애를 이렇게 가까이서 들을 수 있고 얘기를 깊게 들을 수 있는 거였어요. 이런 기회가 사실 친구 사이에서도 그렇게 많지 않잖아요. 그런데 어느 한 사람의 그런 겪어왔던 일과 겪었던 감정들 생각들을 깊게 들을 수 있는 시간이어서 너무너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방혜영 예술가님에 대한 생애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일단은 저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하나의 여성으로서 많은 생각들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작가님과 저와 비슷한 생각이 있으신 거 같아요. 사람들은 다들 이게 당연하다고 말하는데 나한테는 당연하지 않은 건데 내가 이상한 사람으로 흘러가는 그게 되게 뭐랄까 뭔가 정상이 아닌 게 정상이 되는 그런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지금까지도 계속 들고, 그거 때문에 저도 글을 쓰기 시작했거든요.
작가님이 그런 대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겪어왔던 것들도 있고 본인에 대한 생각도 있고 그걸로 움직이시는 것도 있는데 본인의 움직임으로써 뭔가가 바뀌었다라고 느낀 적 있으신가요?
제가 하는 작품들이 주로 여성이나 소수자 친화적인 작품들을 주로 해요. 이 작품을 주로 제일 많이 하게 된 이유는 인건비가 안 들기 때문인데 아무 때나 할 수 있고 인건비가 안 들거든요. 그런데 이제 다른 배우하고 같이하는 작업의 경우에 <우리 집의 손주 며느리감입니다>라는 작품이 있는데요. 그 작품 같은 경우에는 이제 국군 위안부랑 미투를 엮은 작품인데 우리가 일본군 위안부는 잘 알잖아요. 근데 국군 위안부는 사람들이 잘 몰라요. 혹시 국군 위안부 아시나요? 일본군 위안부를 이제 경험을 했던 사람들이 그거를 이제 기억을 해서 약간 비슷하게 했던 게 있어요. 나쁜 거를 배운 거죠. 그래서 근데 이제 국군 위안부는 피해자는 안 나타나고 가해자 증언들은 있어요. 목격자나 가해자 증언은 있어요. 그리고 피해자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그런데 어떤 시인이 하면 이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같은 경우에는 이제 대상이 일본군이다 보니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측면이 있는데 위안 오히려 더 말하기 애매한 지점들이 있단 말이에요. 같은 민족한테 당한 것도 있고 어떤 분들은 이제 빨갱이로 몰려서 국군 위안부로 하게 된 경우도 있고 그래서 좀 여러 가지 지점들이 있어서 여태까지 피해자가 안 나타난 거가 있거든요.
그래서 그 작품 같은 경우에는 이제 국군 위안부인 걸 평생 숨기고 사는 할머니가 있다. 그런데 손주 며느리감이 이제 처음 인사하러 온 날 미투를 하려고 한다. 그런데 손주가 그걸 막으려고 한다. 당연히 이제 처음 인사하는 날이니까 그렇겠죠. 근데 이 손주 며느리감은 자기한테 성폭력을 했던 그 가해자가 소위 높은 사람이 됐다는 거를 그날 알아버린 거예요. 그래서 손이 덜덜덜 떨리는 상태가 된 거죠. 그러니까 멘탈이 붕괴가 됐는데 그날 하필 할머니를 처음 만나는 날인 거예요. 시할머니가 그랬는데 걱정해 준답시고 하는 말들이 있잖아요. 너 이러면 네 일상이 무너져, 부터 시작해서…
근데 이 손주 며느리감은 그래도 용기를 내서 말을 하려고 하는데 거기서 할머니가 얘기하고 싶으면 얘기하게 두고 얘기하기 싫으면 얘기 안 하게 두라고 하는 대사가 나오거든요. 물론 제가 봤을 때는 대사인데 사실은 어떤 피해를 당했을 때 발화하고 싶은 시점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이제 그때가 돼서 이제 얘기를 하는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은 이제 얘기를 하기 싫은 분도 계시잖아요. 물론 그런 건 있어요. 니가 얘기를 안 해서 피해가 커졌어, 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거를 강요할 수는 없는 문제거든요. 사실은 커밍아웃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그리고 울고 싶으면 울게 두고, 말하고 싶으면 말하게 두고, 말하기 싫으면 그냥 말하지 않게 두고. 약간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본인의 선택에 대해서 말하게 하는 게. 근데 제가 그 작품을 했었는데, 이제 성폭력 피해자분이 오셔서 보셨는데 그날 이제 저를 붙잡고 대성통곡을 하셨어요. 그리고 장문의 리뷰를 실명으로 써주셨는데 제가 그 마음이 뭔지 되게 알겠는 거예요. 이제 제 공연이 관객이 많이 드는 공연이 아니라서 슬프지만 되게 그런 분 한 분 한 분이 계시면 되게 큰 힘이 돼요.
그분들(피해자들)이 그래서 기운을 낼 수 있다면, 어떤 분은 울음을 참으시겠지만 내 공연 보면서 같이 펑펑 울 수 있다면 되게 좋겠다 싶었어요.
그런 생각을 했는데 저도 사실은 되게 울보라서 오늘 보면 아시겠지만 제 작품 보면서도 울고 앉아 있고 막 그렇거든요. 이제 저희 배우들이 제가 울었나 안 울었나로 그날 공연을 평가해요. 얘 안 울었으면 오늘 공연 얘 마음에 안 들었네, 이렇게 하고 그렇죠. 많이 울었으면 얘 오늘 공연 마음에 들었구만 하고요. 약간 제가 너무 이런 걸 못 숨겨 갖고, 보통 자기가 쓰고 자기가 연출하면 안 울어야 되는데 말이죠. 그래서 이제 몇 명이 봤냐 보다도 약간 그런 소수라도 천 명이 좋아하는 베스트 100보다 10명이 좋아하는 베스트 텐이 좋아요.
숨 : 그래서 되게 좋았던 게 친구한테 얘기를 받는 느낌이었어요. 만약에 이 무대가 단차가 있고 뭔가 우리가 이런 소파 같은 일상적인 소재가 아니라, 무대 의자 위에 앉아 있고 이랬더라면 이걸 하나의 극이라고 생각하고 이 사람을 하나의 캐릭터라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좁은 공간(고라니 특공대)이어서, 적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뭔가 극을 본다는 느낌이 아니라 진짜 대화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저는 오히려 좋았던 것 같아요.
초연 때는 극장에서 했었는데 거기는 이제 계단식 그런 극장이고 제가 이제 밑에 쪽에 있는 그런 극장이었는데 초연 때도 술을 드렸어요. 근데 이제 술을 드리는 이유는 같이 욕해라 이런 거라서 사실 오늘 관객분들은 너무 다 조용하시더라고요. 이제 보통 때 심한 분들은 맥주 세 캔 드시고 막 그러는데 말이죠.
숨 말을 얹어도 되는지를 몰랐어 가지고.. 중간에 연극 처음 시작할 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중간에 개입하셔도 됩니다. 이런 말을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아까 관객 대상에 따라서 좀 내용이나 어떤 식으로 말하는지를 다르게 한다고 하셨잖아요. 오늘 관객에 따라서 조금 다르게 포인트를 주신 부분이 있는지 궁금했어요.
사실 연령대가 다양하면 시급 알아 맞추기 놀이 이런 걸 해요. 그러니까 알바가 공식적으로는 8천 원인데 체감상으로는 제가 1만 원이었고 빨리 돌리는 날은 1만 2천 원이었다. 그 다음에 알바를 때려치우고 세 달이 지난 후 방희영이 선택한 만화방 심야 알바는 시급이 얼마였을까요? 그러면 이제 업 앤 다운 놀이를 하죠. 이제 젊은 분들은 세게 불러요. 근데 이제 2300원이라고 하면은 이제 어이 상실이 되는 거죠. 업 앤 다운을 하면 분위기가 좀 좋아지긴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오늘은 달려야 돼서 업앤다운을 뺐어요. 근데 그거 하면 되게 웃겨요. 사람들마다 엄청 다르게 생각하는 게 보여가지고요.
*작가님과 함께 MBTI 테스트를 해보았습니다.
밖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 에너지를 얻나요?
네, 저는 무조괸 외향!
머릿속에서 혼자만의 소설을 자주 쓰는 편인가요?
네, 공연에서 술 취한 아저씨가 아침에 술 취해 있으니까 정리해고 당했나, 부터 시작해서 나한테 시급을 물어보니까 그래서 날 쳐다봤구나 하면서 막 혼자 소설 쓰고 그래요.
친구가 너무 우울해서 머리를 잘랐다고 하면 뭐라고 얘기하실 건가요?
사진 보내봐라 하겠죠?
뭔가 일을 할 때 계획을 세우는 편인지, 아니면 즉흥적으로 하는 편인가요?
일정은 계획을 무조건 세우고요. 나머지는 계획을 안 세워요.
-> 아티스트 방혜영님의 MBTI는 ‘ENTP’로 추정!
숨 : 지금의 작가님이 대학교 4학년의 작가님을 만난다면 어떤 말을 가장 해주고 싶은지 궁금해요.
그냥 똑같을 것 같아요. 그냥 연극하지 마라. 이러지도 않을 것 같고, 그냥.. 건강 관리는 좀 하라고 할 것 같아요.
숨 : 그러면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서 이제 대학교를 막 가려고 하는 어린 시절에 작가님한테는 또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 궁금해요!
엄마랑 같이 나왔어야 되는데 같이 못 나온 게 아직도 그래요. 아빠 뒤치다꺼리. 아빠의 폭력이나 이런 것 때문에요. 제 동생은 한 살 어린데, 이제 주로 이제 울면서 이렇게 곱게 크고, 저는 이제 아빠랑 같이 맞서 싸우면서 컸어요. 힘들어하는 엄마를 보며 이혼시켜야겠다, 생각을 했죠. 그런데 엄마가 일단 변화를 싫어하는 회피형이세요. 나이도 많으시고 거기에다가 이제 옛날 사람이다 보니까 아들딸 장가 보내야 된다가 너무 커서 결정적인 순간에 집을 못 나가신 게 엄마의 인생에 굉장히 마이너스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좀 부채의식이 있어요. 엄마한테.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를 보면 화가 나니까요. 제 동생은 되게 효잔데 저는 완전 불효거든요.
모르겠어요. 다른 사람한테는 제가 되게 좋은 사람인데 엄마한테는 안 그런 사람이라서요. 아빠한테는 제가 좋은 딸일 필요가 없지만 엄마한테는 아니니까요. 사실 이게 되게 애매한 문제인 게, 제가 연극을 선택함으로 인해서 이제 엄마 아빠 부양을 포기한 거랑 마찬가지거든요. 그리고 결혼도 마찬가지고 왜냐하면 제 신랑이 장애인이라서 주변 사람들이 다 말렸거든요.
다 그 얘기하잖아요. 몸만 건강하면 되지. 돈 없어도 괜찮지 몸만 건강하면 될 텐데.. 저희 신랑은 돈도 없는 데다가 장애까지 있는 사람이라서 주변 사람들이 다 말렸죠. 이제 그럼으로 인해서 이제 부모님 부양에서 멀어졌고 제 동생도 또 영화 일을 해서 걔도 부양에서 아예 멀어져서 그게 사실 제일 문제인 것 같아요. 학교는 잘 둘 다 멀쩡한 학교 나왔는데 둘 다 부모님 부양 이런 거랑 거리가 멀고요.
근데 이제 저희 엄마 아빠 같은 경우에는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니까 고모랑 이모들은 다 잘 사셔서 도와주겠다고 하는 데도 도움을 안 받으세요. 그래서 잘 모르겠어요. 저는 대학교 들어와서 제일 좋았던 점은 뜨거운 물 나오는 데서 살 수 있다는 거였거든요. 고3 때까지 엄마 아빠랑 같이 같은 방에서 살고 머리 감을 때도 가스레인지에서 물 데워서 쓰고 고3 때까지도 미리 받아 놓은 물만 썼어요. 수도 같은 게 없는 집에서 살아서. 말도 안 되는 얘기 같잖아요. 근데 우리 엄마 아빠는 아직도 그 집에 살거든요. 수도 없는 집에서.
그러니까 사실 제가 막 시급 얘기나 나 때는 이랬어 이런 얘기들을 하는 이유가 그 하나하나가 다 미시사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제가 나중에 정말 할머니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할머니로 죽는 게 다들 꿈이라고 하잖아요. 그러면 하나하나가 다 미시사가 될 텐데, 약간 여러분들처럼 젊은 분들한테 여러분들이 잘 모르는 미시적인 이야기들을 좀 하고 싶은 것들이 있어요. 시급 얘기를 일부러 좀 하고 쓸데없는 얘기도 좀 하고 그런 게 없지 않아 있어요 제가 기록한 거에 좀 목숨 거는 스타일이라서 시급 이런 것도 다 써놓고. 막 이런 성격이라서요.
그런데 우리 엄마 아빠는 50년 전에 살고 있는 느낌인 거라. 사실 중학교 때 시집 간다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얘기잖아요. 그러니까 똑같은 시대를 살아도 다 시간대가 다른 거예요. 그래서 그런 얘기들도 하고 싶었고.
숨 : 기록하는 거에 진심이라고 하셨잖아요. 저도 약간 그런 편이라서 저는 제 생각이나 감정을 기록하는 거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왜냐하면 이게 오로지 나만의 생각이고 내가 그때 느꼈던 감정인데 이게 그냥 지나가 버리면 아무도 모르는 얘기가 되니까 내가 죽으면 그냥 없었던 게 되니까 그런 거에 대해서 기록을 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비슷한 맥락으로 저는 스크린 샷에 집착해요.
숨 : 이 극이 희곡이 따로 있는 건가요?
없어요. 러닝타임 계속 바뀌어요. 그래서 어제는 2시간 24분인가 했어요.
숨 : 마지막 질문이고 이거는 뭐 불편하시면 대답을 안 하셔도 괜찮은데, 아까 (공연 도중) 말씀하신 게 ‘무서운 페미니스트들’이라고 말씀을 해 주셨잖아요. 같은 페미니스트로서, 그런 분들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저는 솔직히 터프 쪽은 페미니즘 정신에 위배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터프는 그러니까 여자라서 존중받아야 되는 게 아니고 사실 여자도 인간이라서 존중 받아야 되는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하는데요. 터프는 존중받아야 되는 인간의 종류를 정해 놓은 거잖아요. 그래도 터프는 저는 노노라고 생각을 하고요. 페미니즘이 적대적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들 중에 터프가 상당히 많아요.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나쁜 남자들이 쿵쾅이라고 부르는 사람들. 뚱뚱한 페미니스트도 있을 수도 있고 세게 말하는 페미니스트도 있을 수 있죠. 저같이 우는 페미니스트도 있을 수 있고 뭐 이런저런 페미니스트들이 있다고 생각을 해서 그거는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남자를 혐오하거나 적대시하는 그러니까 비 여성을 혐오하거나 적대시하는 사람들은 페미니즘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생각해요. 페미니즘이 휴머니즘에서 나온 건데 페미니즘이 휴머니즘보다 상위 개념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남자와 같이 가야 된다. 근데 남자한테 허락을 맡으라는 얘기는 아니에요.